병든 노부모를 50년 가까이 봉양한 양자에게 유산의 절반을 우선 떼어줘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15일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박모(2009년 사망)씨는 스무살 무렵인 1950년대 중반부터 작은 아버지 부부를 한 집에서 모셨다. 6ㆍ25 전쟁통에 친부모를 잃었고, 당시엔 작은 아버지 슬하에 딸 7명만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혼 후에는 아내 김모씨도 시댁 어른처럼 양부모를 모셨고, 74년엔 양부모가 뒤늦게 낳은 아들이 한 명 있었지만 정식으로 양자로도 입적됐다. 박씨 부부는 그 후 양부모 소유의 논밭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제사 등 집안 대소사를 도맡았다. 특히 양아버지와 양어머니가 지병과 치매로 입ㆍ퇴원을 반복할 때도 박씨 부부는 이들을 지극한 정성으로 간호했다. 박씨 부부의 봉양으로 양아버지는 100세, 양어머니는 95세까지 장수했다.
가족간 분란은 양부모가 별다른 유언 없이 고향의 선산과 50년 된 목조주택, 그리고 논밭을 유산으로 남기고 세상을 떠나면서 시작됐다. 친자식들은 박씨와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양부모의 재산을 나눠가졌고, 이에 박씨의 부인 김씨는 “특별한 부양을 해온 만큼 기여분을 인정하라”며 상속재산 기여분 결정 및 분할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가정법원 가사2부(부장 최재혁)는 최근 상속재산의 50%를 우선 부인 김씨에게 기여분으로 주고, 나머지 재산을 친자식들과 양자(부인 김씨)가 상속분에 따라 나눠가지라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박씨는 상당기간 부모를 부양할 필요가 있었고 이 기간에 발생한 비용을 이례적으로 모두 부담했다”며 “박씨는 부양의무 이행에 불과한 정도가 아니라 이를 초과한 ‘특별한 부양’을 해온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했거나 피상속인의 재산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경우 기여분을 줄 수 있다는 민법 2008조에 해당한다는 의미이다.
재판부는 또 “부양자가 장기간 부모와 동거하면서 부모가 자신과 같은 생활수준을 유지하도록 돌봤으면 특별한 부양이라고 봐야 한다”며 “특별한 부양의 경우 상속재산에서 그 기여분을 인정하는 것이 대법원 판례”라고 덧붙였다. 법원 관계자는 “특별한 부양이라 하더라도 통상 그 비율을 매우 적게 인정했지만, 이번엔 양부모인데도 극진히 모셨던 효성을 법이 인정해 준 데 판결의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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