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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5월 14일] 아버지의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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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5월 14일] 아버지의 이름으로

입력
2011.05.13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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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모 방송의 예능 프로그램 (이하 나가수)가 세간의 화제다. 내로라 하는 가수 김건모의 탈락으로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지만 진행 방식을 바꾼 뒤에도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그 중심에 그룹 메인 보컬 출신의 임재범이 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인터넷을 뒤져보고 깜짝 놀랐다. 해가 바뀌면 그의 나이가 우리 나이로 쉰 살이다. 혹자는 그의 가수 인생 25년만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왕의 귀환'이라 했다. 유명 작곡가이자 프로듀서인 김형석은 "임재범과 동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 만으로도 감사한다"며 그는 '나만 가수다'라는 자존심을 갖고 사는 가수라고 추천 이유를 들었다.

대표적인 은둔형 가수이자 자존심 강한 그가 '바보상자'라는 TV 무대에 나온 배경에는 가족이 있었다. 암 투병중인 아내를 위해 긴 머리를 깎고, 어린 딸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과감히 자신의 세계를 떨치고 나온 것이었다. 임재범은 출연 동기를 묻는 질문에 "자랑스런 아빠가 되기 위해 출연했다"고 털어 놓았다. 그의 담담한 답변에 가슴이 저며왔다. 그가 열창한 '너를 위해'는 속내가 담겨 있는 듯 했다.

자존심으로 살아온 그가 가요 프로그램도 아닌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위해서는 큰 결심이 필요했을 터였다. 평점을 매기는 청중 평가단은 계층이 다양해 그의 유명세를 모를 수도 있고, 선호도가 다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프로야구계도 자식들 때문(?)에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선수들이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한 물 갔다던 이병규(37ㆍLG)다. 그가 한창 젊었을 때는 국내 프로야구를 쥐락펴락하던 스타였다. 하지만 가정을 꾸리고 아이들이 지각을 가질 때가 되면 체력이 밑천인 아버지 선수들은 그야말로 은퇴할 시기다. 예전에 아무리 잘 나갔던 스타 플레이어라도 자신의 전성기를 자녀들에게 직접 보여주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지난해 이병규는 두 아들로부터 "왜 아빠는 저기(잠실구장) 없어?"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고 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2군에 있을 때가 많았을 때였다. 이병규는 "애들이 커가니까 야구를 더 잘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바로 그것이 자식에게 좋은 이미지로 각인 되고 싶은 아버지의 마음이다. 세상의 아버지들은 다 똑같다.

아버지라는 단어는 때로는 애틋하게 가슴을 파고 드는 호칭이다. 1960~70년대를 살았던 아버지 세대는 자식이나 가족에 대한 애정 표현이 서툴렀다. 사랑이 모자라서가 아니었다. 단지 시대가 고달프고 각박해 먹고 살기 바빴기 때문이었다. 생활이 쪼들리지 않을까, 행여 공부 잘하는 자식들 뒷바라지가 부족해 앞길을 망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 하느라 애정 표현은 뒷전이었을 뿐이다.

오래 전 김정현의 소설 를 읽고 '나는 저렇게 미련하게 살지 말아야지' 다짐한 적이 있다. 소설 는 췌장암 선고를 받고 뒤늦게 가족에게 헌신하려 하지만 결국 화해하지 못한 채 죽음을 맞는다는 내용으로 출간 당시 신드롬을 일으키며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그 시대의 아버지들은 대부분 자식들 앞에서 '힘들다'라는 말 한 마디 제대로 못하고 오직 속으로만 삭여야 했다. 자신의 삶을 돌아볼 여유나 있었을까.

반면 요즘은 친구 같고 자상한 아버지가 대세다. 하지만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방법과 표현은 다르지만 자식에 대한 사랑이란 공통분모다. 물론 자식들이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 때는 먼 훗날이겠지만.

여동은 스포츠부장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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