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시일 안에 결론을 내리겠다.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상반기 안에, 그보다 더 빨리 입장을 표명할 것이다."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한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발언이다. 이 발언이 전해지자 언론과 시장은 '금융위가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에 대해 적격ㆍ부적격 여부를 곧 표명할 것'이라고 믿었다. 혹은 적격성은 사법부의 판단 이후로, 즉 '조건부'로 미루더라도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에 대해서는 승인 혹은 거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기대는 사흘 만에 완전히 뒤집혔다. 12일 언론 브리핑에 나선 신제윤 금융위 부위원장은 "사법적 판단을 지켜보겠다"면서 적격성 판단을 무기한 유보했다. "빨리 결론을 내리겠다던 김 위원장의 발언과 다르지 않나"란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진 건 당연한 일. 하지만 금융위 간부들은 이구동성으로 "빨리 결론을 내렸지 않느냐"고 말했다. 적격, 부적격만 판정이 아니라 유보도 판정인 만큼, 이 정도면 빨리 결론을 내렸다는 얘기다. 금융감독원 고위관계자는 "9일 김 위원장의 발언을 접했을 때 (우리는) 판정유보 발표를 빨리 하겠다는 뜻으로 알아들었다"면서 "기자들만 잘못 알아들은 것"이라고 말했다.
변명치고는 참으로 궁색하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월 취임 이후 외환은행 문제와 관련, "도망가듯 하지 않겠다"고 말했고 이후에도 여러 차례 "빨리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지난 9일 "빠른 결론"발언도 당연히 같은 맥락이었다. 13일 하나금융의 주가가 쫙 빠진 것은, 언론뿐 아니라 시장 또한 유보결론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금융위는 유보도 결론이라느니, 이번 계기로 시장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느니, 해명을 늘어놓고 있다. 세상에 이런 궤변이 또 있을까 싶다. 시장에 오해를 주는 게 '김석동식 화법' '금융위식 소통법'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최진주 경제부 기자 parisco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