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감사원 조사 요구도 묵살 드러나"고위직 개입 없이는…" 의심 갈수록 증폭금감원 출신 감사들이 로비 창구 가능성
13일 금융감독원 비은행검사국장 출신인 유모(61)씨가 검찰에 전격 체포되면서 금감원과 부산저축은행의 유착관계도 점점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금감원은 2년 전 울산지검의 검사 의뢰 공문을 묵살한(한국일보 13일자 1ㆍ3면 참조) 데 이어 지난해에도 감사원의 비슷한 요청을 사실상 뭉개버렸는데, 이 같은 경고음을 잇따라 무시한 이유도 조금씩 밝혀지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부산저축은행 관련 사건 처리 현황을 보면, 이 은행에 대한 금감원의 금융감독 기능은 거의 '마비'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감사원은 부산저축은행이 2001~2005년 경기 시흥시의 영각사 납골당 분양사업에 1,200억원을 불법 대출해 준 정황을 지난해 4월 포착했다. 당시 시행사 3곳은 분양사업 자격이 없어 허가가 반려됐고 공사가 진행되지도 않은 납골당 증설 명분으로 860억원이나 대출되는 등 사업과정에 석연치 않은 정황은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감사원은 금감원에 이런 사실을 알려 대출 자금 흐름을 추적하도록 했으나, 4개월 뒤 돌아온 답변은 "부산저축은행 대주주와 시공사 간에 특별한 관련성이 나오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최근 대검 중수부 수사결과 해당 시행사 3곳은 부산저축은행그룹이 차명으로 만든 특수목적법인(SPC)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저축은행법상 엄연히 금지된 '직접 투자'를 하고도 이를 대출로 위장한 것이다.
그렇다면 금감원이 부실조사를 한 것일까, 아니면 모른 체 하고 넘어갔던 것일까. 이에 앞서 2008년 말~2009년 초, 울산지검의 검사 의뢰에도 불구하고 금감원이 제대로 검사를 벌이지 않았던 사례를 떠올리면 후자의 가능성에 더 무게가 실린다. 당시 부산저축은행이 대주주의 차명 SPC를 통한 골프장 건설사업에 220여억원을 불법 대출해 준 혐의를 적발한 검찰은 금감원에 "전반적 검사를 해 보면 추가로 불법 사실이 드러날 수 있다"며 검사 의뢰 공문을 보냈다. 골프장 불법대출건은 부산저축은행 비리의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는 경고였지만, 금감원은 여기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때문에 최근 부산저축은행의 각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는 금감원과 부산저축은행 사이에 유착관계를 파헤치는 데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금감원이 부산저축은행 비리를 은폐하는 데 앞장선 것으로 드러나자, 수사팀 내부에선 "최근 적발된 2급 내지 3급 직원보다 더 고위직이 연루됐을 것"이라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일단 검찰은 부산저축은행그룹 계열은행 5곳 중 4곳의 감사가 금감원 출신 인사라는 점에 주목하고 이들이 검사 무마 등을 위한 로비 창구였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금감원이 퇴직을 앞둔 간부들을 은행에 감사로 추천하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구조였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비리가 드러난 금감원 최고위직은 2003~2004년 저축은행 검사업무를 총괄하는 자리인 비은행검사국장을 지낸 유씨다. 유씨의 혐의가 뇌물수수가 아니라 알선수재 혐의라는 점에서, 부산저축은행에서 금품을 받은 시기는 비은행검사국장에서 물러난 이후라고 추론된다. 뇌물 혐의는 자신의 직무와 연관성이 있어야 하나, 알선수재 혐의는 다른 공무원 또는 금융기관 종사자의 업무와 관련해 돈을 받을 때 성립한다. 앞서 2009년 3월 부산저축은행 검사 당시 검사반장이엇던 현 금감원 수석조사역(2급) 이자극씨도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됐다. 이처럼 직원 비리가 고구마 줄기 캐듯 나오자, 금감원의 잇단 경고음 묵살은 단순한 업무 태만이 아니라 은행과 금융당국간 비리 커넥션에서 비롯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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