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공인으로서…." 연예인들이 방송에 나와서 자주 하는 말입니다. 공인(公人)은 사전적 의미로 '공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을 뜻합니다. 공인에게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며 때로는 혹독하게 그 도덕성을 검증받기도 합니다. 따라서 연예인들이 자신을 공인이라고 말한다면 개인 사생활이 어느 정도 노출되는 것은 감수해야 할 것입니다.
문제는 연예인들의 사생활이 어느 선까지 밝혀져야 하는 것입니다. 그 점에서 지난 4월 22일자부터 크게 보도된 '이지아, 서태지 상대 50억 위자료 및 재산분할 소송' 기사는 연예인의 사생활 보호와 관련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이지아 측이 "지나친 사생활 침해 등으로 본인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당해 소 취하를 결정했다"(본지 5월 2일자 10면)고 말했을 정도였으니까요. 첫 보도 이후 10일 동안 이지아라는 개인은 언론보도 때문에 엄청난 고충을 겪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신비주의'로 일관하던 서태지가 오래 전에 외국에서 비밀결혼을 한 것도 놀라운 데다 몰래 이혼까지 했으니 쇼킹한 뉴스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대중들은 그간의 뒷얘기를 시시콜콜 알고 싶어했고 한국일보는 그 갈증을 채워주기 위해 4월 23일자 4면 전면에 '엇갈리는 이혼 시기 등 의문점' 등을 주제로 상세하게 보도했습니다. 그리고 이틀 뒤 2면에 미국 법원의 이혼 판결문을 입수하여 '이지아, 재산분할 권리 포기했었다'라는 제목으로 사건의 실체를 객관적으로 전달했습니다.
이에 비해 각종 온라인상에서는 이지아의 신상털기(개인신상 정보공개)란 이름으로 개인의 과거뿐만 아니라 친인척 등 주변인물의 사생활까지 '카더라' 식으로 폭로하는 '마녀사냥'이 시작됐습니다. 아무리 연예인일지라도 이런 식의 사생활 들추기는 도를 넘은 것이었습니다. 사회 일각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그런데 한국일보는 당시 이런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소홀했습니다. 일부에서 벌어진 무차별적인 사생활 폭로는 개인뿐만 아니라 주변의 가정까지 파괴할 수 있음에도 경종의 소리는 약했습니다. 개인의 인권에 신경 쓰는 신문이라면 당연히 이를 한 번쯤 짚었어야 했습니다.
아울러 이혼이 급증하는 시대에 위자료 소송과 관련한 궁금증을 Q&A로 다루었다면 더 좋았을 것입니다. 관련법을 잘 모르거나 재산 빼돌리기 등 남편의 꼼수에 당해 당연한 권리를 찾지 못하고 고충을 겪는 이혼 여성들이 너무도 많기 때문입니다.
한편 임순기 전남 해남경찰서 송지파출소장은 지난 10일 "요즘 특정인과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들추어내는 사생활 침해 댓글이 인터넷상에서 판을 치는가 하면 선거가 치러질 때면 상대후보 흠집내기에 댓글이 이용되고 있다"며 "사이버 공간에서 발생되고 있는 각종 명예훼손 예방에 관계당국과 이용자들은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는 글을 보내왔습니다.
고충처리인 허경회 (02)724-2446 bige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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