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이전이 어설픈 '돌려 막기'가 돼버렸다는 반발과 비판이 적지 않다. 국토해양부는 어제 LH 본사를 경남 진주로 일괄 이전키로 하는 내용의 정부안을 발표했다. 분산 이전은 LH 통합 취지에 맞지 않으며, 일괄 이전하면 통합기능의 4분의 3을 차지하는 주공이 당초 가기로 했던 진주로 가야 한다는 게 국토부의 논리다. 국토부는 대신 진주로 갈 예정이던 국민연금공단을 전주로 재배치하고, LH 본사 유치로 기대됐던 지방세수(연간 262억원)에 상응하는 세수의 보전 방침을 내놓았다.
하지만 LH 유치에 실패한 전주는 물론, 진주도 반발하고 있다. 전주에선 신공항 백지화로 들끓는 영남 민심을 달래기 위한 '돌려 막기'에 희생양이 돼버렸다는 반발이 거세다. 진주는 진주대로 전주를 달래자고 국민연금공단으로 또 '돌려 막기'를 하느냐며 부글부글 끓고 있다. 원칙도, 소신도 없는 정부의 편의적 행정이 누구도 납득시키지 못하는 '돌려 막기'의 악순환으로 되풀이되는 느낌이다.
이 모든 불만과 원성은 정부가 자초한 것이다. 애초에 대책 없는 지역공약을 남발한 것이 원죄이고, 그것을 어설픈 흥정으로 피해 가려 하다 보니 지역정서에 맥없이 끌려 다니게 됐다. 하지만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의 보상처럼 LH가 가고, LH 유치 무산에 대한 선물로 국민연금공단이 가는 식으로는 '돌려 막기'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길이 없어 보인다.
어떤 국책 사업이든 정부가 그나마 국민의 지지를 가장 넓게 얻는 길은 사안 자체의 합목적성과 효율성을 따져 오직 장기적인 국가발전 차원에서 결정하는 것뿐이다. 얄팍하게 정치적 부담을 피하고 여론에 영합하려고 하다가는 더욱 깊은 패착의 수렁으로 빠져들 뿐이다.
16일로 예정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을 앞두고 지역 간 유치전이 단식과 삭발이 난무하는 난전(亂戰)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또다시 휘둘리면 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 역시 누구도 납득하지 않는 졸작으로 귀결될 수 있다. 정부의 합리적이고 의연한 결정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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