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어제 참여정부 시절 경제ㆍ교육 부총리를 지낸 정통관료 출신의 김진표 의원을 새 원내대표로 선출했다. 그는 지난 주에 선출된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함께 내년 4월 총선 때까지 18대 국회의 마무리에 임하게 된다.
우리는 여당이 황 원내대표를 뽑을 때와 마찬가지로 제1야당이 김 원내대표를 선출한 데서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을 읽게 된다. 전통적 조직력이나 당내 정치력으로 보아 결코 앞선다고 하기 어려운 두 사람이 여야의 원내사령탑을 맡게 된 것은 내년 총선과 대선을 겨냥한 의원들의 고려가 크게 작용한 결과다. 여야 각각 기존의 정책노선이나 당의 색채를 그대로 끌고 가서는 유권자의 마음을 사기 어렵다는 인식이 이번 원내대표 경선을 통해 뚜렷이 자리잡았다고 볼 만하다.
한나라당의 경우 정권 후반기면 으레 고개를 드는 권력핵심과의 거리 두기 의식이 작용했다면, 민주당의 경우는 짙은 '호남'색채를 털고, 전국정당의 이미지에 걸맞은 원내대표를 뽑아야 정치적 승산이 있다는 고려가 제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여야가 지금까지 자칫 특정 지역의 이해에 치중하기 쉬웠고, 그 때문에 불필요한 오해도 많았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현상이다.
아울러 여야의 황ㆍ김 원내대표 체제가 단순히 그 동안 여야를 지배해 온 당내 세력분포에서 벗어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념과 노선에 발이 묶여 정책에 대한 찬반 선택을 해왔던 관행에서도 자유로워지기를 바란다. 그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유권자들의 따스한 관심을 끌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런 바람은 여당 정책위 의장을 지낸 바 있는 황 원내대표나 야당에서 으뜸으로 꼽히는 정책전문가인 김 원내대표 두 사람이 다른 모든 고려를 떠나 정책의 효율성과 실용성만을 가지고도 대화가 가능할 것이기에 더욱 강해진다. 전임 '김무성ㆍ박지원 체제'를 굴린 것이 정치력이었다면 이번에는 정책력이 '황ㆍ김 체제'를 굴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총선과 대선 준비라는 최대 정치행사를 치르다 보면 정치적으로 날 선 주장에 기울기 쉽다. 두 사람이 정책 지혜에 관용을 덧붙여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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