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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한국바둑리그, 중국리그에 선수 뺏겨 출발 '삐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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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한국바둑리그, 중국리그에 선수 뺏겨 출발 '삐걱'

입력
2011.05.1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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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전 총규모 28억, 우승 상금 4억원으로 국내 최대인 2011한국바둑리그가 드디어 개막됐지만 각 팀 주전 선수들이 대거 중국리그에 출전하는 바람에 1라운드 경기가 예정대로 치러지지 못하고 며칠 뒤로 미뤄지는 등 정규 리그 초반부터 경기 운영이 매끄럽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바둑리그는 12일과 13일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신안천일염과 영남일보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11월까지 8개팀 더블 리그로 정규 리그를 진행한다. 팀 당 경기수는 14경기, 대국수는 70국으로 모두 56경기 280국의 명승부가 매주 목금토일 저녁 7시부터 펼쳐진다.

하이트진로와 포스코LED의 1라운드 두 번째 경기는 그러나 당초 일정대로 주말인 14, 15일에 치르지 못하고 15일과 18일로 미뤄졌다. 최철한과 이원영(하이트진로), 강동윤과 백홍석(포스코LED) 등 양팀 주전급 선수들이 중국리그에 출전 중이어서 두 팀 모두 경기에 필요한 선수 다섯 명을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15일에 일단 안성준 - 김정현, 안국현 - 온소진 등 양팀에서 중국리그에 나가지 않은 선수들끼리 먼저 경기를 치르고 나머지 세 판은 중국리그 출전 선수들이 귀국한 후인 18일에 속개키로 했다.

현재 바둑리그 운영 규정에는 한 팀에서 두 명 이상 세계 대회 출전 등으로 결원이 생겼을 경우 다른 팀과 경기 순서를 바꿔 주도록 돼 있다. 그러나 올해는 바둑리그 선수 가운데 무려 12명이나 중국리그에 참가했기 때문에 하이트진로와 포스코LED 뿐 아니라 모두 같은 입장인라 한게임(이영구•윤준상), Kixx(조한승•홍성지), 넷마블(이창호•원성진), 티브로드(허영호) 등 다른 팀도 경기 순서를 바꾸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대회 일정을 변경하는 사태에 이르게 된 것이다.

한국바둑리그는 그동안 매주 목•금•토•일 저녁 7시부터 정규 리그 경기를 시작한다는 원칙을 지켜왔다. 따라서 주최측으로서는 이유야 여하튼 국내 바둑계 최고의 명승부를 학수고대해 온 바둑팬들과의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게다가 한국 최대 기전인 바둑리그가 중국리그에 밀려 경기 날짜까지 바꾼 건 국가적인 자존심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원래 한국기원은 중국리그를 비공식 기전으로 간주하고 출전자가 국내 기전과 일정이 겹쳐도 일체 대국 일정 조정을 해 주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켜 왔다. 그래서 지난 2008년 5월에는 한국바둑리그 영남일보팀의 김지석과 윤준상이 함께 중국리그에 출전하게 되자 최규병감독이 할 수 없이 나머지 네 명 만으로 경기를 치렀는데, 뜻밖에 1패를 안고도 당당히 신성건설에게 승리한 사례가 있다. 또 비슷한 시기에 당시 제일화재 소속이었던 이세돌이 중국리그와 물가정보배 본선대국 일정이 겹치자 구차하게 일정 조정을 요청하지 않고 깔끔하게 국내 기전을 기권하고 중국리그에 출전해 화제가 된 적도 있다.

그러다가 한국기원이 2009년부터 다시 중국리그 출전자들에 대해서도 국내 기전과 경기 일정이 겹칠 경우 편의를 봐주기로 방침을 바꿨다. 대신 중국리그도 일반 국제 기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프로 기사들이 중국리그에서 번 돈의 5%를 한국기원에 발전 기금으로 내도록 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한국바둑리그에서도 중국리그 출전 선수들에게 일정 조정 편의를 제공키로 규정을 바꿨고 그 때부터 바둑리그가 중국리그 일정에 크게 영향을 받게 됐다.

중국리그가 한국리그보다 기전 규모나 크고 선수들이 받는 보수도 훨씬 많지만 결국 중국 국내 기전일 뿐이다. 거기서 거둔 성적은 한국기원의 공식 통계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또 국내 프로 기사들의 중국리그 출전은 모두 개인적인 차원에서 각각 해당 팀과 따로 계약을 맺고 나가는 것이다.

공식 국제 기전에 한국 대표로 출전하는 게 아니라 개인적인 돈벌이를 위해 나가는 것인데 한국기원이 국내 최대 기전의 경기 일정까지 무리하게 변경하면서 이들의 편의를 봐주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다. 또한 중국리그 출전선수들의 명단은 바둑리그 선수 선발식 이전에 이미 공개된 상황이므로 이를 알면서도 이들을 선수로 뽑은 팀과 그렇지 않은 팀과의 형평성 차원에서도 무리한 일정 조정은 옳지 않다는 주장도 설득력 있게 들린다.

박영철 객원 기자 indra36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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