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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세상에 단 한 권뿐인 책을 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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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세상에 단 한 권뿐인 책을 받다

입력
2011.05.13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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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실에 들어서니 평소답지 않게 조용하다. 이틀 후면 떠나갈 3등 항해사가 슬쩍 빠져나간다. 어디 가니 물으니 자신이 맡고 있는 학회 일을 인수인계하러 간다고 한다. 이미 끝낸 일인 줄 알고 있지만 떠나기 전에 만날 여학생이 있겠지 생각한다. 중앙시조 백일장에 3월 차상을 해서 본선진출권을 딴 재길이가 필사를 한다면서 자꾸 딴 짓이다.

규성이는 축제 준비 때문인지 자꾸 들락날락한다. 나를 무척이나 닮은 '詩딸' 유정이가 보이지 않아 전화를 해도 받지 않는다. 창밖 캠퍼스 신록을 내다보는데 규성이가 자신의 노트북으로 음악을 튼다. 그 친구는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알고 있기에 그 노래인가 생각하는데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뜻밖의 노래다.

웃으며 돌아서니 기다렸다는 듯이 문이 활짝 열리고 3등 항해사, 詩딸이 아이스크림 케이크와 꽃바구니 들고 들어선다. 그때를 기다린 '트루먼 쇼'의 연기자들이 요란하게 손뼉를 치며 일어선다. 이 연기를 위해 서울서 내려온 초대 방장 수진이가 환하게 웃는다. 시간차 공격처럼 랭보도 뛰어들어 온다.

내게 시를 배우는 제자들이 비밀리에 준비한 선물은 란 책. 14명이 각각 내게 편지를 쓰고 자작시와 지난 1년간 함께 한 추억의 사진들로 책을 묶어 내민다. 세상에 단 한 권뿐인 따뜻한 책. 눈물이 핑 돈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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