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범(24)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첫 미니앨범 '테이크 어 디퍼 룩(Take a Deeper look)'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초판 5만장이 닷새 만에 모두 팔려 2만장 추가 제작에 들어갔다. 그는 이번 앨범 곡 대부분을 직접 작사, 작곡했다. 그렇게 공 들인 앨범이 뜨거운 반응을 얻으면서, 그는 이제 노래 좀 하고 춤 잘 추는 '아이돌'에서 '뮤지션'으로 좌표 이동을 하고 있다.
박재범은 그간 적잖은 시련을 겪었다. 그룹 2PM의 멤버로 활동하다 돌연 불거진 한국인 비하 발언 파문과 온갖 루머에 휩싸이면서 2009년 9월 그룹을 탈퇴하고 쫓기듯 미국으로 갔다. 하지만 대중은 그를 줄곧 기억했다. 미국 힙합 가수 B.o.B 의 곡 'Nothing on you'을 따라 부르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유튜브에 띄운 지 하루 만에 조회수 150만건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7월 싱글 앨범 '믿어줄래'로 대중 앞에 돌아온 그는 한층 폭 넓고 다양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3일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재범은 활기차고 솔직했다. 첫 인상은 시크한 힙합 전사를 연상시켰지만 인사를 건네는 그의 목소리는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사진 촬영을 위해 공중 점프를 10번 이상 하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음악과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기자가 본 '착한 재범'은 인터넷에 돌던 온갖 루머의 주인공과는 거리가 멀었다.
-첫 미니앨범이다. 소감은.
"제 음악 색깔을 담은 앨범으로 돌아와서 정말 좋다. 처음에는 너무 힙합, R&B만 실었나 하고 걱정도 했다. 요새 유행은 댄스니까. 하지만 난 언제나 비보이다.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음악을 해야 대중이 내 마음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팬들이 이번 앨범을 좋아해줘서 다행이다."
-앨범 판매량이 상당하다.
"아직도 그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처음에는 회사에서 혹은 일부 팬들이 많이 산 게 아닌가 싶어 확인도 해봤는데 그게 아니었다. 정말 깜짝 놀랐다."
-타이틀곡 '어밴던드(Abandoned)'는 어떤 노래인가.
"미국에 있을 때 비보이 친구가 '너 생각하면서 이 곡을 만들었다'며 '어,밴,던,드' 딱 이 네 음절만 멜로디로 만들어줬다. 순간 여기에 맞춰 춤을 짜면 완전 멋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춤이 느려지다가 빨라지는 거 말이다. 4개월에 걸쳐 나머지 부분을 만들고 여러 번 수정을 거쳤다. 내가 원하는 대로 곡이 나와 뿌듯했다."
-파격적인 안무나 춤으로 유명하다. 연습이나 체력관리는 어떻게 하나.
"춤 연습은 하루 종일 하다시피 한다. 인생이 춤이다. 영화 찍다가도 춤 춘다. 음식 가리는 건 없다. 워낙 마른 체질이라 막 먹지 않으면 춤 출 때 힘도 없다. 댄서로는 미국의 비욘세나 크리스 브라운을 좋아한다."
-2PM 시절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때와 지금의 차이점은.
"2PM 때는 하고 싶은 음악을 할 수 없었다. 부담감은 지금이 더 크다. 회사가 아니라 내가 다 결정하니까. 2PM 때는 나한테 주어진 파트 20초 정도만 노래하고 나머지는 열심히 춤만 추면 됐다. 지금은 3~4분 동안 춤, 노래 다한다. 인터뷰도 혼자라 힘들다. 한국말을 완벽하게 못하니까. 2PM 시절에는 인터뷰에서도 '안녕하세요 2PM입니다' 하면 끝났는데."
-2PM 탈퇴 전후로 온갖 루머가 돌았다. 그때의 심정은.
"억울한 면은 없다. 나는 쿨 하다. 무슨 일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한다'가 아니라 '어떻게든 잘 되겠지'라고 생각한다. 인터넷에서 나와 관련된 거 보면서 그냥 가만 있었다. 너무 시끄러우니까. 내가 괜히 나와서 말하면 좋을 게 없을 것 같았다."
-미국 가서 어떻게 지냈나.
"부모님 돈 쓰기 싫어서 아르바이트 하고 춤 추고 교회 다니고 그랬다. 아무 생각도 안 했다. 주변 사람들이 유튜브에 영상 올리는 거 보면서 팬들한테 잘 지내고 있다고 알리려 영상 올렸다. 한 1만명 정도 볼까 싶었는데, 수백만명이 보더라. 그게 화제가 돼 이런 저런 기회도 생기고 영화도 찍고. 인생 흘러가는 대로 모든 게 잘 풀렸다."
-첫 솔로곡 '믿어줄래'의 제목이 2PM 탈퇴와 관련해 자신은 잘못이 없다는 주장으로 팬들에게 비쳐졌는데.
"전혀 그런 의미가 아니다. 미국 힙합 가수 B.O.B의 곡을 아시아 쪽에 리메이크해서 내자는 제안이 와서 낸 것이다. 2PM 완전 좋아한다. 정말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2PM 합류 제안이 온다면.
"나는 언제나 좋다. 항상 2PM 멤버들이랑 무대에 함께 서고 싶었다. 요즘 멤버들 실력이 많이 늘었다. 하지만 2PM 멤버들과 만나거나 연락을 주고 받은 적은 없다. 만나고 싶다."
-요즘 영화도 찍고 있는데.
"영화 '미스터 아이돌'인데, 아이돌 그룹에서 까칠하고 짜증내는 멤버 역할이다. 나랑 비슷한 면도 있지만 많이 다르다. 난 누구 때리고 그러지 않는다. 비슷한 건 뭔가 싫으면 확실히 그 티를 내는 거."
-앞으로의 계획과 팬들에게 한 마디.
"목표는 없다. 친한 사람들이랑 앨범 만들고 팬들이 좋아하고. 그걸로 됐다. 하고 싶은 거 다해서 정말 행복하다. 앨범을 좋아해주는 팬들한테 감사하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렇고 열심히 해서 제 팬이 자랑스럽게 해드리고 싶다."
김현우 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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