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에 대한 예의 /잔 카제즈 지음ㆍ윤은진 옮김/ 책읽는수요일 발행ㆍ352쪽ㆍ1만4,000원
올해 초 구제역 파동으로 숱한 소 돼지가 생매장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됐다. 과거 어느 때보다 많은 애완동물을 키우고 동물보호 운동을 벌이면서도, 축산업을 통해 엄청나게 많은 동물을 먹어 치우는 현대사회의 딜레마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것이다.
미국 서던메서디스트대 철학과 교수 잔 카제즈가 쓴 <동물에 대한 예의> 는 동물은 인간과 평등한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인간은 동물에게 어느 정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동물에>
동물윤리학자들은 일반적으로 인간과 동물 사이의 수평적 평등을 주장하지만 저자는 인간과 동물뿐 아니라 동물과 동물 사이에도 차이가 있으며 그에 따라 동물에 대한 배려에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이것은 '동물들은 그들의 인지적, 감정적, 사회적 복잡성에 비례하여 배려받을 자격이 있다'는 철학자 데이비드 드그라지아의 차등제 모형을 따른 것이다. 동물은 함부로 대해도 괜찮은 존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인간과 평등한 것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저자는 이 같은 견해가 냉혹하고 엘리트주의처럼 들릴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 같이 우선순위를 둠으로써 현실적이고 도덕적인 선택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것을 태곳적 동굴인의 사냥과 현대의 동물실험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동굴인은 자신과 가족의 목숨을 이어가기 위해 들소를 사냥해야만 했다. 동물보다 자기 가족을 더 존중하는 쪽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었고, 동물을 죽이는 것은 도덕적으로도 옳은 선택이었다.
동물실험은 이만큼 명확하지는 않다.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수많은 원숭이를 실험실에서 죽인 조너스 소크 박사의 연구는 인간의 고통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됐으므로 정당하지만 인간의 애착심를 밝히기 위해 수많은 원숭이를 학대한 심리학자 해리 할로의 실험은 그렇지 못하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저자는 이 같은 관점이 낭만적 평등주의와 극단적 차별주의의 사이에서 동물과 인간의 공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고, 인간이 처한 딜레마의 일부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책은 '동물은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고 한 아리스토텔레스부터 '동물을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고 한 칸트에 이르기까지 동물에 대한 철학자들의 생각, 동물의 의식 수준에 관한 논쟁, 공장제 사육으로 제기된 동물에 대한 윤리 문제, 멸종위기동물 보호와 문화 보존의 갈등 등 다양한 주제를 쉬운 문체로 설명한다. 아무리 동물을 존중한다고 해도 인간은 결국에는 자신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깨닫게 한다.
남경욱 기자 kwnam@hk.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