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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책은 반란 중…“생활 밀착형 소재가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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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책은 반란 중…“생활 밀착형 소재가 비결”

입력
2011.05.13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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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동화책은 반란 중이다. 황선미씨의 <마당을 나온 암탉> (2000년 사계절 발행)과 <나쁜 어린이 표> (1999년 웅진싱크빅 발행)이 12일 각각 100만부를 돌파했고, 고 권정생씨의 그림책 <강이지똥> (1996년 길벗어린이 발행)도 지난달 100만부를 넘겼다. 이 책들은 외국에서도 인기 몰이 중이고, 황씨 동화책의 경우 국내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고 있어 불황의 그늘이 깊어진 출판계에 한 줄기 빛으로 여겨지고 있다. 보통 동화책이 소설에 비해 많이 팔리긴 하지만 100만부를 넘는 것은 주로 소설이었던 점을 고려할 때 이는 엄청난 이변으로 받아들여진다. 동화책이 이처럼 뜨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출판계와 작가들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생활 밀착형 어린이 공감 소재라는 점을 인기 비결로 꼽고 있다. 황씨는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이야기라는 게 많이 팔리는 이유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나쁜 어린이 표> 는 담임교사로부터 나쁜 어린이라는 표를 받고 화가 난 초등학생의 이야기다. 모든 아이들에게 일어날 수 있고, 실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마당을 나온 암탉> 은 꿈과 자유를 찾아 양계장을 탈출한 암탉과 청둥오리의 용감한 도전 이야기다. 누구나 어릴 때 한번씩 해 본 행동이다. 황씨는 “물론 작가가 숨긴 그 많은 장치와 의미를 어린이들이 이해하겠느냐고 어른들이 의심하지만 아이들은 제 눈높이에서 자기 식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 책은 명필름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 올 여름 국내에서 개봉할 예정이며 한국 애니메이션 사상 처음으로 중국에서도 1,000여개 스크린에 걸린다.

<강아지똥> 도 마찬가지다. 버림받은 존재인 강아지똥이 민들레의 거름으로 스며들어 생명을 꽃피운다는 내용으로 극한 고통 속에서 더욱 빛나는 꿈과 희망을 그린 작품이다. 흔히 볼 수 있는 강아지똥을 소재로 한 점이 돋보인다. 권씨가 신장 수술을 받고 죽음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쓴 점도 인기 요소였다. 독신인 권씨는 4년 전 숨을 거두면서 남긴 유언장에서 자신의 출판에 대한 저작권 및 인세 등을 좋은 일에 써 달라고 최완택 목사 등에게 맡겼다. 이들은 권씨의 뜻에 따라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을 만들어 북한 결핵환자 돕기와 우유 보내기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재단의 안상학 사무처장은 “어린이의 보편적 감수성에 맞닿았기 때문에 오랫동안 많은 사랑을 받는 것”이라며 “고인이 죽어서도 별처럼 아름다운 존재가 되고 싶어 했던 절실한 마음도 인기의 한 요인”고 평가했다.

또 다른 이유는 동화책을 선택하게 되는 부모들의 밑바닥 정서를 잘 포착했다는 사실이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두 사람 모두 낮은 곳에서 고난과 역경을 극복한 의지적 모습을 보여 줬는데 이런 정서가 부모 세대에게 잘 먹힌 것”이라고 분석했다.

동화책을 포함한 어린이책은 최근 해외에도 큰 반향을 얻고 있다. 재단법인 한국출판연구소가 지난 2년간 출판 저작권 수출 실적(2,904건)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어린이책이 62%(1,793건)로 가장 많았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남다른 교육열 속에서 치열한 경쟁을 거치면서 콘텐츠가 해외에서도 받아들여질 만큼 경쟁력이 확보됐다”고 말했다.

사정원 기자 sj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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