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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치기 수사 20년' 남대문경찰서 오연수 팀장/ "소매치기 중독성, 상상을 초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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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치기 수사 20년' 남대문경찰서 오연수 팀장/ "소매치기 중독성, 상상을 초월해요"

입력
2011.05.13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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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간 소매치기로 살아온 이희영(가명ㆍ45)씨의 사연(본보 3일자 14면)이 알려지자, 독자들 사이에선 "영화 '무방비도시'가 연상된다"는 의견이 봇물을 이뤘다. 실제로 소매치기 세계를 현실감 있게 다룬 영화 뒤엔 소매치기 수사 경력 20년 베테랑 형사의 자문이 있었다.

영화 속 광역수사대 반장의 모델이기도 한 서울 남대문경찰서 강력3팀 오연수(50) 팀장을 4일 만났다. 그가 지금까지 해결한 소매치기 사건은 1,000여건. 이희영씨도 1994~2003년 그의 손에 세 차례 붙잡혔다.

"이씨가 장사하는 명동이 남대문서 관할구역이라 가끔 마주쳐요. 하지만 아직도 완전히 손 씻었다는 말은 못 믿어요. 추운 겨울에도 아침 일찍 나와 일하는 걸 보면 '애쓴다' 싶지만 먹고 살기 힘들면 얼마든지 다시 할 수 있거든요." 그는 이씨에 대해 "소매치기 세계 사람들을 완전히 끊어야 한다" "거리의 지갑이 눈에 띈다고 말할 정도면 아직 위험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92년 서울경찰청 전담반에서 본격적으로 소매치기 수사를 시작한 오 팀장은 "소매치기 중독성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혀를 내둘렀다. 경기 성남시 모란시장에서 활동하던 한 소매치기(90년대 후반 마지막 목격 당시 78세)는 노환으로 손을 떨면서도 남의 주머니를 털었고, 손가락을 자른 전과자는 남은 손가락으로 하더란 것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해 그도 소매치기가 줄었다는 걸 체감한다. 90년대 중후반에는 서울 중심가 백화점 세일기간만 되면 5~10분에 한 번씩 지갑 분실 방송이 나왔지만 지금은 하루에 한 번도 없는 경우가 많다. 20, 30대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노령화한 것도 큰 변화다.

그 많던 소매치기범들은 어디로 갔을까. 그는 "80년대 보호감호법이 생겨 형이 가중되면서 화폐가치가 큰 일본으로 대거 건너갔다. 검거된 한국인 숫자만 1,000명이 넘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일본에서 생년월일을 카드 비밀번호로 지정해놓은 중장년층의 지갑을 털면 그야말로 '대박'이던 시절도 있었지만 2005년 일본 입국 시 지문등록시스템이 도입된 이후에는 중국과 홍콩, 동남아로 원정을 떠난다. 일본에 밀항하는 세력도 있다.

오 팀장에 따르면 최근에는 일본인 관광객들이 소매치기 허위 신고를 하는 횟수가 늘어나는 기현상이 벌어진다. "여행자보험에 가입한 관광객들이 분실신고서를 발급받으려고 와요. 가방의 구조나 잃어버린 경위를 묻다 보면 느낌이 오죠. 진짜와 가짜가 반반이에요."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 그는 가족에게 가장 미안하다고 했다. 남들이 쉬는 공휴일, 그는 제일 바빴다. "어린이날, 아들 딸이 아닌 동료들과 소매치기 잡으러 어린이대공원에 가는 심정이 어땠겠어요." 그는 "병원비 등록금 혼수비용처럼 중요한 돈을 잃어버린 피해자가 많은데, 다 찾아주지 못해 죄송하다"고도 했다.

"소매치기는 절대 안 없어집니다. 조선시대에도 전대(돈이나 물건을 넣어 허리에 매도록 만든 자루)치기가 있었다고 하잖아요." 그는 시민들에게 "번화가에서는 특히 긴장을 늦추지 말라"고 당부했다.

김혜경 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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