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에 다니는 최고봉씨는 요즘 회사 일을 마치면 곧장 사물놀이 연습장으로 향한다. 사내 동아리의 첫 공연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 최씨는 "500여 명의 관객 앞에서 공연이 예정돼 있어 벌써부터 긴장된다"면서도 "서먹했던 동료들과 친해질 수도 있고, 우리 문화도 배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문화경영'을 실천하는 중소 기업이 늘고 있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없는 중기로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지만, 일과 문화생활을 접목해 직원들의 사기와 활력을 증진시켜 주는 문화경영이 결국엔 기업 경쟁력도 높이고, 인재도 모이게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것.
최씨가 속한 동아리 '동지섣달'은 교통안전 관련 시설을 만드는 동우산업이 문화경영을 위해 지난해 11월 만들었다. 현장 근무자를 포함한 전체 직원 25명 중 10명이 동아리에 참여했다. 회사는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사물놀이 연습시간을 근무시간대로 옮기기도 했다. 전홍은 사장은 "예전에는 그냥 먹고, 마시는 게 전부여서 사내 문화랄 게 없었다"며 "그러나 사물놀이를 적극 권장한 결과 직원들의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상호간 유대관계도 좋아져 일터에 활기가 넘치고 있다"고 말했다.
IT전문기업 앤디코도 지난해부터 직원들을 위한 통기타 레슨을 마련했다. 수업 이후 달라진 건 통기타 향수를 가진 40대 직원들과 기타 문화를 접한 적이 없는 20,30대 직원 사이에 공통의 화재가 생긴 것. 앤디코는 회사 창립 10주년인 오는 10월에는 직원가족 초청 연주회도 열 계획이다.
이호용 대표는 "문화경영이라고 해서 당장 성과가 눈에 나타나는 건 아니지만, 직원 만족도가 높은 만큼 회사 경영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 벤처기업 서린바이오사이언스는 1995년부터 문화경영에 나선 선두주자. 중간 관리자를 위한 리더십 강좌, 웃음경영 강의 등을 틈틈이 진행하고 있다. 직원이 성장해야 회사가 성장한다는 생각에서다. 특히 입사 면접에서 응시자에게 크게 웃어보라는 주문을 빠뜨리지 않는다. 서린바이오의 한 관계자는 "긍정적 사고에서 창의적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생각에서 사내 웃음문화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문화경영 확산을 위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문화인들이 일선 업체를 직접 찾아가 공연을 하거나 강연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조유현 중앙회 정책개발본부장은 "문화경영은 중기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우수한 인재가 모일 수 있게 하는 등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협회의 또다른 관계자는 "이제는 중기도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때"라며 "문화경영 확산은 문화계와 중기업계가 상생하는 계기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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