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업계가 비메모리반도체(시스템반도체) 시장 공략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동부하이텍, 하이닉스반도체를 포함한 국내 주요 반도체 업체들은 제조 라인의 신규 개설 및 조정 등에 따른 생산 물량 확대와 함께 비메모리반도체 사업 확대를 꾀하고 있다. 40% 중반대의 점유율로 사실상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지배하는 국내 반도체 업계가 잠재 성장성이 높은 비메모리반도체 분야까지 진출을 서두르면서 공격적인 영토 확장에 나선 셈이다.
시스템반도체는 데이터 저장에 사용되는 D램 및 플래시메모리 등 메모리반도체와는 달리, 정보처리를 목적으로 제작되는 비메모리반도체를 말한다. 시스템반도체는 특히, 저전력ㆍ고성능화가 가능, 스마트폰과 태블릿 컴퓨터(PC), 자동차, 가전제품 등 최신 정보기술(IT) 융ㆍ복합 기기에 필수적인 초고속 통신 및 대용량 멀티미디어 처리 기능도 담당한다.
시장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2013년 세계 반도체 시장이 2,874억3,100만달러 규모로 예상된 가운데 메모리반도체는 475억9,800만달러(16.6%)에 그친 반면 비메모리반도체는 2,398억3,300만달러(83.4%)에 달할 전망이다.
올 들어 비메모리반도체 사업 확충에 팔을 걷어 부친 업체는 삼성전자. 2011년 비메모리반도체 분야 매출 목표를 지난해 보다 3조원 늘어난 10조원으로 정한 삼성전자는 올해 4조원 이상 투자, 제품 생산량을 크게 늘려갈 방침이다. 이를 위해 국내 기흥 사업장내 노후화된 생산 1라인을 비메모리반도체 전용으로 연내 가동할 예정이며, 메모리반도체 전용으로 가동됐던 9라인도 비메모리반도체 생산 주력을 목표로 현재 세부 공정을 전환시키고 있다. 삼성전자는 또 해외에서도 올 상반기 중 미국 텍사스 오스틴 공장 내 모바일 제품과 TV에 들어갈 비메모리반도체 생산 라인을 가동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파운드리(위탁생산)와 모바일 기기 및 디지털 TV 등에 사용되는 시스템 온 칩(실리콘 기판 위에 여러 기능의 회로를 하나의 칩에 모아 제작한 주문형 반도체) 사업 등을 강화해 고객들의 공급 확대 요구에 대응하면서 비메모리반도체 사업을 넓혀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비메모리반도체 파운드리 전문 업체인 동부하이텍도 선택과 집중을 통한 전략으로 시장 지배력을 높여가고 있다. 이 업체는 특히, 인체의 오감에 맞게 디지털 신호를 처리해주는 아날로그 반도체, 의료기기 및 자동차 등에 사용되는 산업용 센서, 통신용 고주파 반도체(RF) 등으로의 품목 특화에 회사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동부하이텍 관계자는"다방면으로 진행했던 핵심 사업 분야를 3가지로 줄이면서 반도체 사업 개시 14년 만에 처음으로 올해 1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며 "덕분에 부천과 음성에 있는 공장 가동률도 90%를 웃돌고 있다"고 전했다. 올 매출 목표를 6,000억원 이상으로 설정한 동부하이텍은 현재 가전 부분에 편중된 제품 구조를 통신과 컴퓨팅 등의 분야로 분배하면서 급변하는 반도체 경기에 탄력적으로 대응한다는 복안이다.
메모리반도체 위주의 하이닉스반도체의 경우도 비중은 작지만 2009년부터 비메모리반도체 생산을 이어가고 있다. 하이닉스는 현재 청주 M8 공장에서 CMOS 이미지 센서(CIS)와 디스플레이 구동 칩(DDI) 등의 비메모리반도체를 양산하고 있다.
이민형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소자설계지원팀 팀장은"스마트 시대로 접어들수록 비메모리반도체의 수요는 늘어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국내 비메모리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선 먼저, 산학협력 등을 통해 당면한 인력 수급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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