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남이 주는 정보만 받는 중앙은행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밝혔다. ‘금융감독권을 아무 기관에나 줄 수 없다’는 김석동 금융위원장 발언에 대한 우회적인 반격이다. 격월로 기준금리를 올려가던 징검다리 인상 행보는 멈췄다.
김 총재는 12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김 위원장 발언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최종 대부자로서 금융위기 극복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되는 조직이 아무런 정보가 없다”며 “금융기관이 위험을 겪을 때 유동성을 공급하는 중앙은행에 남이 주는 정보만 받으라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고 밝혔다.
김 총재는 이어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모든 나라 중앙은행이 경험하는 것이 금융안정에 있어서 중앙은행 역할”이라며 “우리나라 중앙은행도 예외가 돼서는 매우 곤란하다”고 말했다. 특히 국회에 계류중인 한은법 개정안에 대해 “한은법 개정안이 충분하다고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그나마 중앙은행의 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한은법 개정안이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지만, 한은이 제 기능을 수행하는데 다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인 셈이다.
한편 한은 금통위는 이날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연 3.0%로 동결했다. 금통위는 작년 11월, 올 1월 및 3월 등 격월로 금리를 올려왔으나 이번에는 두 달 연속 동결 행진을 이어간 것이다. 김 총재는 “물가는 여전히 목표범위를 웃도는 높은 상승을 지속하고 있지만 대내외 경제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동결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향후 금리 정상화를 향한 ‘베이비 스텝’이 점점 더뎌질 것으로 예상했다. 채권시장 한 관계자는 “경기 상승세 둔화 조짐이 보이고 대외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앞으로는 더더욱 금리 인상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나중에 제 때 금리를 올려두지 못한 데 따른 후유증을 겪게 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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