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 보이, 에메랄드 걸/이윤 리 지음ㆍ송경아 옮김/ 학고재 발행ㆍ360쪽ㆍ1만5,000원
첫 소설집 <천년의 기도> 로 프랭크오코너상과 헤밍웨이상 등을 받으며 미국 문단에서 주목받은 중국계 미국 작가 이윤 리(39)의 새 소설집 <골드 보이, 에메랄드 걸> 이 번역 출간됐다. 개혁 개방 이후 급격한 사회 변화 속에서 흔들리는 중국인들의 내면을 포착해 온 이윤 리는 신작 소설집에서도 전통과 충돌을 빚는 중국인들의 삶을 정교하게 해부한다. 골드> 천년의>
작가는 고교생이던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를 겪은 세대. 베이징(北京)대를 졸업한 후 96년 미국 아이오와대 분자생물학 박사과정으로 유학을 떠났다가 소설가의 길을 걷게 됐다. 영어로 쓰여진 소설이지만 중국 내부에서보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집필돼 중국인의 내밀한 속살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표제작은 미국에 사는 한펭이 고고학 교수인 어머니의 부름을 받고 중국으로 돌아와 어머니의 여제자 시유와 맞선을 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비정상적인 관계 속에 담긴 내면의 불안감을 서늘하게 그린다. 한펭은 여자에게 관심이 없는 동성애자이고 어머니와 시유 사이에도 묘한 동성애적 기류가 흐른다. 그러나 한펭과 시유는 어머니의 결혼 제안을 받아들이고 이들은 서로 어긋나면서도 위태로운 관계를 이뤄간다.
그외 '그 같은 남자' '여름의 마지막 장미' '부서진 세계' 등 모두 5편의 단편을 담은 소설집은 이혼이 일상화한 풍속이라든지, 불법 대리모 시술과 아이를 사고파는 일이 횡행하고 부동산 투기로 벼락부자가 속출하는 중국 사회의 풍경을 냉정하면서 가슴 저릿하게 묘사한다. '여름의 마지막 장미'에서는 텐안문 사태 이후 중국 당국의 강화한 교육 정책에 따라 대학 입학 후 1년간 병영훈련을 받았던 작가의 경험도 실려 있다. 문화혁명 등 역사적 소용돌이 속에서 굴절된 인간의 운명이 절제된 문장 속에 흐르고 있다. 이와 함께 2006년 국내에 소개됐다가 절판된 <천년의 기도> 도 이번에 다시 출간됐다. 천년의>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