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박영준 지식경제부 제2차관의 사퇴 배경을 두고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박 차관이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 '왕비서관' '왕차관' 등으로 불리면서 중요한 역할을 했고, 논란의 중심에 선 적도 많았기 때문이다.
사퇴 배경과 관련, 박 차관이 내년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사퇴했다는 관측에 우선 무게가 실리고 있다. 박 차관과 가까운 여권 핵심 인사는 16일 "특별한 배경이 있다기 보다는 총선에 나가려고 차관직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16일 저녁 박 차관의 사표가 청와대에 들어왔는데 대통령이 곧 사표를 수용할 것"이라며 "박 차관은 다른 공직을 맡지 않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청와대 참모로 복귀하거나 정부의 다른 부처로 옮기는 일은 없을 것이란 뜻이다. 청와대와의 사전조율을 거쳐 사의를 표명했다는 의미이다.
박 차관 스스로도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총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박 차관은 고향인 경북 칠곡 또는 대구에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알려졌다. 박 차관과 가까운 한나라당 친이계 의원은 "최근 여당의 분위기나 여론 등을 감안할 때 박 차관이 다시 이 대통령을 보좌하기는 힘들어 보인다"며 "박 차관이 야인으로 지내면서 총선 준비에 전념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차관 인사를 앞두고 인사의 물꼬를 터주기 위한 용퇴 차원이라는 관측도 있다. 청와대 핵심 인사는 "5ㆍ6 개각 이후 차관 인사도 예정돼 있었다"며 "특히 장기간 차관급으로 일했던 박 차관 등이 선도적으로 용퇴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차관 인사 폭을 확대하는 게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대규모 차관 인사를 예고하는 언급이다. 청와대가 오래된 차관들에게 사퇴를 요구했을 수도 있다. 일각에선 박 차관이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과 호흡이 맞지 않아 사퇴 시점을 앞당겼다는 관측도 나온다.
어쨌든 여권의 내부 갈등 과정에서 항상 논란의 중심에 서 있던 박 차관이 공직을 떠나는 것은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 방식의 변화와도 맞물리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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