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대표적인 파워 엘리트 집단, 검찰과 모피아(MOFIAㆍ옛 재무부 출신 금융관료) 간의 기류가 심상찮다. 이른바 '변양호 사건'에 이어 또 다시 정면 충돌할 것같은 전운이 감돌고 있다.
검찰은 금융당국이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 3주 전부터 방침을 정하고 일부 고객들에게 정보를 흘려줬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금융권력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검찰이 영업정지 방침을 정했다고 밝힌 1월25일 회의에 참석한 인사들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관계자. 만약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금감원 직원들만이 아니라 모피아 권력의 중심인 금융위까지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 일각에서 존폐 위기에 몰린 대검 중수부가 위험을 무릅쓰고 모피아의 심장부를 겨냥하는 승부수를 던진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검찰과 모피아 간의 악연은 지난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검 중수부가 모피아의 대표주자였던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당시 보고펀드 대표)을 현대차 로비사건과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구속한 것. "물증도 없는 무리한 수사"(현대차 로비) "정책적 판단에 대한 무리한 처벌"(외환은행 헐값 매각) 등의 비판이 상당했지만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다.
검찰과 모피아의 갈등은 현대차 로비 사건 재판 과정에서 극에 달했다. 당시 재경부 일부 공무원들이 변 대표의 알리바이를 돕기 위해 집단으로 나섰고, 검찰은 공판에서 "재경부 직원들이 변씨의 컴퓨터를 넘겨주면서 불리한 자료를 모두 삭제했다"고 주장하는 등 감정 대립으로 번졌다.
재판 결과는 두 사건 모두 무죄. 결과적으로 검찰의 완패였다. 현대차 로비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을 한 2009년 1월 변 대표는 "나는 세상의 비뚤어진 검찰 공명심의 희생양"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 이번 부산저축은행 사건이 검찰과 모피아 간의 2라운드 성격이 짙다고 보는 것도 이 때문. 검찰로서는 변양호 사건으로 입은 자존심의 상처를 이번 수사를 통해서 만회해 보려는 의도가 다분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결과가 어떻든 이번 사태로 두 권력집단의 골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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