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그룹 담철곤(56) 회장과 부인 이화경(55) 사장이 그룹 고위임원이 조성한 비자금을 장기간 전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담 회장 부부 소환조사가 임박한 가운데 사법처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오리온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 이중희)는 조경민(53) 그룹 전략담당 사장을 그룹의 위장계열사 전 대표에게 급여와 퇴직금을 지급하는 것처럼 가장해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로 구속기소했다고 12일 밝혔다.
조씨는 2006년 8월 그룹에 포장용기를 납품하는 I사 대표 김모씨에게 박모(79) 전 대표 명의의 급여계좌에 6,000만원을 송금한 뒤 인출하도록 지시하는 등 지난 3월까지 57차례에 걸쳐 I사 법인자금 33억6,000만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조씨는 2008년 1월에는 박 전 대표의 퇴직금 명목으로 4억7,500만원을 송금하도록 해 횡령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씨는 횡령한 돈 대부분을 금고에 보관하다 담 회장 등 그룹 사주에게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I사는 지분 77%를 담 회장 부부가 그룹 전ㆍ현직 임원 명의로 차명 소유하고 있는 사실상 오리온그룹의 위장계열사"라고 설명했다. 오리온 측은 이에 대해 "I사는 선대 회장이 설립한 회사로, 오너 몫을 배당금으로 받았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씨는 또 I사가 리스 형태로 빌린 2인승 스포츠카 포르쉐 카레라와 벤츠 SL65 등 수억원을 호가하는 외제차 3대를 7년 가까이 개인 용도로 사용했으며,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등 외제차 3대는 오너 일가에 제공해 담 회장 자녀의 통학용 등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리스 비용 등 유지비 20억원은 I사가 부담했다.
조씨는 이외 2006년 8월 서울 청담동에 고급빌라를 신축하는 과정에서 시행사와 짜고 그룹 소유의 빌라 부지를 시세보다 싸게 팔아 4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도 받고 있다. 조씨는 서미갤러리에 40억원을 맡겨 돈세탁을 했으며, 서미갤러리는 허위내용을 기재한 차용증서 등으로 정상적 거래처럼 회계처리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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