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소송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이번에는 미국의 현대 미술가 앤디 워홀의 작품을 둘러싸고 맞붙었다. 양 사는 각각 앤디 워홀의 작품을 이용해 스마트폰 케이스 제작 작업을 진행했으나 애플의 방해로 삼성전자 작업에 제동이 걸렸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휴대폰 액세서리 업체 애니모드는 미국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의 작품을 이용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S2 케이스를 제작하기 위해 2월부터 앤디 워홀 재단과 계약을 진행해 왔으나 최근 재단으로부터 돌연 계약 중단 통보를 받았다. 애니모드는 이병철 고 삼성 회장의 3녀인 이순희씨 장남 김상용 영보엔지니어링 사장이 운영하는 업체다.
워홀 재단 측이 보낸 문서에는 "애플과 삼성의 특허 소송 때문에 애니모드와 협의를 중단할 수 밖에 없으니 양해해 달라"며 "애플용 액세서리 제작업체인 인케이스를 통해 제품을 출시하기 때문에 삼성 측과 사업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인케이스는 미국 액세서리 업체로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용 케이스 등을 만들고 있다. 이 업체가 만든 앤디 워홀의 작품이 들어간 아이폰과 아이패드, 노트북 케이스는 이미 지난달에 미국에서 출시됐으며 13일에 국내에도 선보일 예정이다.
애니모드는 견본 제품을 받은 워홀 재단 측에서 만족했기 때문에 갑작스런 계약 중단에 당황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워홀 재단은 패션, 의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업체와 제휴해 상품을 내면 판매 규모에 따라 저작권료를 받는 만큼 여간해서 계약을 파기하거나 중단하지 않는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이례적인 이번 사태에 워홀 재단 측이 밝힌 대로 애플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특허 소송으로 부딪친 애플이 액세서리마저 맞붙는 것을 불편하게 여기는 눈치"라며 "워홀 재단측에서는 당연히 저작권료 수입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애플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애니모드는 앤디 워홀을 이용한 갤럭시S2 케이스 제작을 전면 중단했다. 애니모드 관계자는 "앤디 워홀 측과 계약 재개 여부를 논의 중이나 분위기상 삼성과 애플의 특허 소송이 끝날 때까지 힘들 것 같다"며 "양 사의 특허 소송이 이렇게 불똥이 튈 줄 몰랐다"고 하소연했다.
채희선기자 hsch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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