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광역취수장 임시 보(洑) 붕괴로 닷새째 수돗물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는 낙동강 28공구 등 4대강 사업 공사현장에서 강바닥 전기설비 설치 문제가 또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4대강사업본부의 위임을 받은 지자체와 건설사들이 한국전기안전공사(이하 안전공사) 등의 철거 지시를 무시하고 준설현장인 강 바닥에 2만볼트가 넘는 특고압 전기가 흐르는 전주와 변압기 등을 설치, 안전사고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2일 안전공사와 한국전력 등에 따르면 4대강 사업 경북 구미ㆍ칠곡 사업구간에는 올 3월 이후 건설사들이 설치한 전기설비가 모두 42개소에 달한다. 이들은 대부분 2만2,900볼트의 특고압으로 모래 준설을 위해 강바닥에 설치됐다.
안전공사는 "특고압 전기는 사람이 근처에만 가도 감전되는 '플래시 오버(Flash Over)'현상 등 안전사고가 우려되고, 변압기 내부의 절연유는 2007년 1월 스톡홀롬협약에 따라 잔류성 유기오염물질로 특별관리되고 있어 강바닥 설치가 불가하다"고 밝혔다.
안전공사는 강 복판 특고압 전기의 위험에 대한 본보 보도(3월9일자 10면) 이후 건설사를 상대로 강 복판 전기를 강 둑으로 이설토록 하고 있으나 현장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더구나 낙동강 29공구의 경우 건설사가 오히려 전기를 더 설치하는 등 무모하게 사업을 벌이다 11일 전주가 넘어져 강물에 쓸려 내려가는 아찔한 사고를 냈다. 한전은 이날 오전 10시 이 현장에 대해 강제 단전조치를 내린 후 나머지 전기에 대해서도 일시 사용중지 신청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4대강 건설사들이 안전을 무시하고 배짱 공사를 벌이는 것은 지자체들이 이를 거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3월6일 굴삭기 전복으로 운전자가 강물에 빠져 숨지는 사고를 낸 낙동강 28공구의 경우 H건설이 사용기간이 만료된 강바닥 전기의 계속 사용 여부를 놓고 안전공사와 두 달 가량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 공무원들의 개입 사실도 알려졌다. 구미시청 A과장 등은 최근 안전공사를 찾아 "강바닥 전기 설치를 적당히 눈감아 달라"고 요구하다 거절당하자 "융통성이 없다"며 항의했다. A과장 등은 "안전사고 책임 각서를 써라"는 안전공사 측의 요구를 받고서야 물러서는 해프닝을 벌였다.
경북도도 이에 앞서 지난 2월 건설사가 올린 '해동 양수장 급수대책 실정보고'와 관련, 강바닥 전기 사용에 동의해 구체적 지시까지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안전공사 관계자는 "4대강 사업이 잘 마무리되기 위해서도 안전사고 우려가 뻔한 강 바닥 특고압 전기 설치는 피해야 한다"며 "대형사고로 이어질 경우 국가적 망신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미=김용태기자 kr88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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