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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변양호 신드롬'

입력
2011.05.12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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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을 오래 끌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상반기 이내보다도) 더 빨리 결론 내겠다."(9일 김석동 금융위원장)

"최종 판단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12일 신제윤 금융위 부위원장)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대한 금융위의 태도가 불과 사흘 만에 180도 바뀌었다. 8년을 끌어온 이 해묵은 논란에 대해 김 위원장은 이달 중에라도 결론을 내리겠다는 뜻을 피력했지만, 금융위는 결국 '결정 보류' 방침을 공식 발표했다.

금융계에선 금융위의 이런 정책 번복에 대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혼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아울러 그 이면엔 공직사회에 뿌리 내린 '변양호 신드롬'이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신 부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문제와 관련, "법리검토를 진행해 왔지만 외부 법률전문가들이 엇갈린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법원의 사법처리 판단이 남아 있어 현 시점에선 적격성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된 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의 유죄 여부에 대한 최종 법원판결(파기환송심)이 나올 때까지 대주주 적격성 여부도 결론을 내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금융위가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 판단을 보류함에 따라,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승인도 함께 미뤄졌다. 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걸릴 긴 시간을 감안하면,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가 결국 무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하나금융은 이에 따라 13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이런 결론은 예상도 못했고 이해할 수도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4월까지 결론을 내겠다""(상반기보다) 더 빨리 하려고 한다"등 조기 매듭방침을 여러 차례 밝힌 상태. 너무 긴 시간을 끌어온 쟁점인 만큼, 이젠 논란의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금융당국 실무라인에선 계속 주저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관계자는 "법적 논란이 매듭지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지금 결론을 낸다면 결국 다음 정권에서 청문회에 서고 감사원 감사를 받을 것이 자명한데 누가 섣불리 나설 수 있겠느냐"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수백 쪽에 달하는 변양호 재판 판결문을 일일이 들여다 보면서 나중에 책임을 추궁 당하지 않을 방안을 연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계에선 금융위의 정책혼선이 여과 없이 노출된 점, 무엇보다 예민한 사안에 대해선 누구도 결론을 내려 하지 않는 태도가 또다시 확인된 것에 대해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시장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키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금융위측은"판단을 유보한다는 결정을 한 것도 결론을 낸 것 아니냐"고 밝혔지만,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그렇다면 시장과 언론을 상대로 말 장난을 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 변양호 신드롬

공직사회의 책임회피ㆍ보신주의 경향을 일컫는 말. 2003년 외환은행의 론스타 매각을 주도했던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현 보고펀드 대표)이 '헐값매각'시비에 휘말려 구속됐다. 그는 긴 법정 싸움 끝에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이를 계기로 공무원 사회엔 "논란이 있는 사안은 손대지 않는다"는 분위기가 생겨났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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