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또 연기함에 따라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당장 인수 여부 자체가 불투명해졌을 뿐더러, 심사지연에 따른 유ㆍ무형의 손해 역시 불어날 전망이다.
우선 12일 금융위가 "지켜보겠다"고 말한 사법적 절차, 즉 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에 대한 파기환송심이 서울고법에서 아직 첫 기일조차 잡히지 않은 상황이라, 심리부터 선고까지 걸릴 시일을 감안하면 금융위 결정은 최소 수개월 이상은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만약 대법원 확정 판결을 지켜보겠다면, 해를 넘길 가능성도 높다.
문제는 하나금융과 론스타가 맺은 계약서상, 24일까지 매각대금을 완납하지 않으면 론스타가 언제든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아직은 론스타가 계약을 유지하는 쪽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지만 마냥 시간이 길어진다면 어떻게 될 지 예측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일단 시간이 촉박한 만큼 론스타와 계약 연장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하나금융측은 이번 보류결정으로 적잖은 손해를 감수하게 됐다. 우선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실시한 1조3,353억원의 유상증자가 문제다. 투자자들은 주당 4만 2,800원에 하나금융 주식을 매입했는데, 인수가 지연 또는 무산될 경우 주가가 떨어질 수 있고, 이 경우 어떻게 투자자들을 설득할 지 난감해진다.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발행했던 1조4,000억원의 채권 역시 부담요인이다. 3월말까지 인수 절차를 마치지 못하면 매달 330억원의 지연금을 부담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물론 지연금은 하나금융이 책임이 있을 경우에만 지급되는 만큼, 이번 연기로 인한 하나금융 측 책임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절차를 늦춘 금융당국에 대해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하나금융은 금융위 결정 직후 "법적 해석문제 포함한 다양한 해결방안을 강구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김승유 회장은 본보와 통화에서 "이런 결론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금융위가 가부 간에 빨리 결정을 내야 한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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