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인력 투입과 공격적 수사기법을 통해 혐의를 입증한 개가다."
미 맨해튼 연방법원이 11일(현지시간) 기업 내부정보를 활용해 막대한 차익을 낸 헤지펀드 갤리언(Galleon)의 설립자 라지 라자라트남(53)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리자 미 뉴욕타임스(NYT)가 내놓은 평가다. 월가(街)에 만연한 부당거래 척결을 위해 미 연방 검찰이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적극적인 수사를 펼친 결과라는 것이다. 12명의 연방 배심원단은 이날 공판에서 라자라트남에게 적용된 9개의 증권사기혐의와 5개의 공모혐의 등 총 14개의 혐의에 대해 만장일치로 유죄 결정을 내렸다.
'마피아 소탕작전'을 연상케 한 검찰수사
미 연방 검찰은 라자라트남의 혐의 입증을 위해 공격적인 수사기법을 동원했다. 이 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관련자들에 대한 광범위한 통화 감청. 이는 주로 마약이나 범죄조직 수사에 한해 사용됐던 것으로 증권사기혐의 사건에 활용된 것은 처음이라고 NYT는 전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확실한 증거를 잡기 위해 주식중개인 등 감청 대상자들을 직접 찾아가 갤리언과의 통화내역을 녹음하도록 요구하기도 했다.
투입된 인원의 규모도 상당하다. 지난해 말 FBI는 대형 헤지펀드 3곳을 동시에 압수수색해 월가를 긴장시켰다. 당시 수사 대상이었던 3개사 가운데 2개사는 현재 폐업상태다. 수사를 주도한 프리트 버라라 연방검사는 지난 18개월간 47명을 내부자 거래 혐의로 기소했고, 이 가운데 35명의 유죄확정을 이끌어냈다. 연방 검찰은 평결 직후 "주식 시장에서 불법적 이익을 추구해 온 투자자들에게 강력한 억지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NYT는 월가에 대한 연방 검찰의 대대적 단속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사건 이전에 가장 관심을 끈 1980년대 이반 보에스키와 마이클 밀켄 사건은 대규모 기업 인수ㆍ합병이 붐을 이뤘던 시기에 터졌고, 라자라트남 건은 헤지펀드의 폭발적 팽창 직후라는 것이다.
라자라트남, 내부 거래에 의존해 몰락 자초
"내부 정보 입수가 가능한 기업들을 말해보라."지난 2005년 라자라트남이 갤리언 입사지원자와의 면접에서 던진 질문이다. 이 지원자 덕에 갤리언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 그룹이 힐튼호텔을 200억 달러에 인수한다는 정보를 미리 알아내 4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라자라트남은 자신의 MBA(와튼스쿨) 인맥도 활용했다. 그는 2008년 9월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골드만삭스에 50억달러를 투자한다는 정보를 골드만삭스 이사회 멤버로부터 입수, 갤리언 펀드 운용에 활용한 혐의로 2009년 10월 체포됐다. 여기 연루된 인텔 임원과 맥킨지 파트너 모두 그의 와튼스쿨 동문이었다. 라자라트남이 기업의 내부정보를 활용해 취한 부당이득은 6,000만 달러를 넘을 것으로 연방 검찰은 추산했다.
스리랑카 태생인 라자라트남은 와튼스쿨을 졸업한 뒤 금융계에서 일하다 1992년부터 펀드 운용에 뛰어들었다. 2008년 갤리언 운용자산은 70억 달러로, 10대 헤지펀드에 들 정도로 성장했다. 미 경제잡지 포브스에 따르면 그의 재산은 13억 달러로 스리랑카계 미국인 중 가장 성공한 인물로 꼽혔지만, 부당 내부거래에 의존한 펀드 운용으로 자신의 업적을 한 순간에 잃게 됐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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