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나섰던 대선 참모들이 요즘 정반대의 길로 가고 있다. 몇몇 참모들은 여전히 '대통령 직계'임을 자부하고 있으나 일부 참모들은 대통령을 비판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후자 그룹은 '여권 쇄신'을 부르짖고 있지만 친이재오계는 이들의 행태를 '배신'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대선캠프 구성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6년 7월 서울시장에서 물러난 당시 이명박 대선주자는 서울 종로구 견지동 한 빌딩 11층에 개인 사무실을 열었다. 작은 간판에 적힌 이름은 '안국포럼'이었다. 이 사무실은 이명박 대통령 탄생의 산실이 됐다. 안국포럼 멤버들은 대부분 서울시에서 이 대통령과 함께 일했던 실무진이었다. 이들은 안국포럼의 영문 약자인 'AF'를 따 'AF001, 002' 하는 식으로 번호가 붙은 명함도 사용했다.
'개국공신'인 이들은 이 대통령 당선 이후 모두 현정권의 핵심 인사가 됐다. 상위 번호 10번까지 이 대통령을 제외한 9명 중 7명이 18대 총선에서 국회의원이 됐다. 이춘식 정두언 백성운 정태근 강승규 조해진 권택기(안국포럼 명함 번호순) 의원이 그들이다. 이들과 함께 이명박 대선후보의 싱크탱크였던 국제전략연구원(GSI) 정책국장 출신인 김영우 의원을 포함한 8명의 참모는 이명박정부 초기 '진성' 친이직계 그룹을 형성했다.
하지만 이들도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 3년여 간의 정치적 풍파를 거치며 이제는 뿔뿔이 흩어졌다. 안국포럼 멤버들의 분화는 친이계 주류의 분화 축소판이다. 이를 보면서 "정치 무상(無常)을 체감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8명 중 현재 완전한 친이직계는 조해진 강승규 김영우 의원 등 3명만 남았다. 이춘식 의원과 백성운 의원도 친이직계 성향이지만 이 의원은 친이상득계, 백 의원은 친이재오계로 분류된다. 권택기 의원은 친이재오계 핵심이다. 정두언 정태근 의원은 일찌감치 친이직계에서 벗어나 소장파의 핵심 인물로 활동하고 있다.
이 중 최근 들어 친이직계와 소장파의 정서적 거리감이 커지면서 각이 서고 있다. 4ㆍ27 재보선 패배 이후 쇄신풍을 타고 정두언 정태근 의원이 친박계와 연대해 친이계 주류를 밀어내는 선봉 역할을 하자 친이직계가 비판에 나선 것이다. 김영우 의원은 이들에게 "이 대통령 덕을 보며 여기까지 와놓고 이 대통령 때문에 다 죽는다고 아우성치는 건 너무 심하다"고 일갈했다.
집단적 목소리를 자제했던 친이직계 의원들은 앞으로 좀더 적극적으로 활동하기로 했다. 이들은 12일 오후 국회에서 모임을 가졌다. 조해진 의원은 "뜻을 같이하는 의원들과 함께 당 현안 등과 관련해 능동적인 목소리를 낼 계획"이라며 "쇄신은 필요하지만 쇄신을 주도하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자기 책임을 회피하고 누구를 밀어내겠다며 권력 다툼만 하는 식이라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김영우 의원은 "초심으로 돌아가 이명박 정부의 성공적 마무리를 위해 역할을 할 것"이라며 "앞으로 자주 대통령에게 다양한 의견과 민심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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