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교황청이 사제의 아동성추행 사건으로 고소를 당하는 이례적인 일이 발생했다. 피해 소년의 어머니가 성추행 은폐 혐의로 교황청을 고소한 것이다.
AFP통신은 11일(현지시간) 시카고에서 가톨릭 사제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소년의 어머니가 성직자들의 성추행을 은폐하려 한다는 혐의로 교황청을 고소했다고 밝혔다. 피해자 측 제퍼리 앤더슨 변호사는 "피해 소년의 어머니는 성추행 가능성이 있었던 사제로부터 아이들을 지키고 보호해야 할 교황청의 감독기능 실패에 좌절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가해자인 대니얼 맥코맥은 5명의 소년에 대한 성추행 혐의로 5년형을 선고받고 수감중이나 법정에서 확인되지 않은 성추행 대상을 모두 포함하면 2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고소 전 오레곤 법원은 교황청에 사제의 감독역할과 관련한 서류를 제출하고 법정진술을 할 것을 요구했었다.
그 동안 교황청은 주권 국가이기 때문에 법적 소송으로부터 보호받는다는 논리를 펴 왔다. 하지만 앤더슨 변호사는 "(교황청에 법정진술을 요구한) 오레곤 법원의 선례는 교황청이 성직자의 성추행에 대해 잠재적인 책임을 진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1985년 루이지애나주의 사제 길버트 가우스가 35명의 어린이를 성추행한 혐의로 20년형을 선고받는 충격적인 일이 발생한 후 가톨릭 사제의 성추행이 사회문제가 돼 왔다. 지금까지 8개 교구가 아동 성추행 사건의 합의금을 지불하느라 파산했고 합의금 총액은 2조원을 웃돌고 있다.
교황청은 16일 성직자의 성적 남용을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될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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