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속버스터미널과 서울역 대합실의 물품보관함이 12일 연쇄 폭발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청은 전국 일선경찰서에 다중이용시설 내 물품보관함에 대한 수색령을 내렸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55분께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울고속버스터미널 경부선 대합실의 물품보관함에서 휴대용 부탄가스통이 터지면서 화재가 났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폭발음과 함께 불이 나면서 대합실의 승객들이 놀라 대피하는 소동이 일었다.
인근 가게 주인 방모(52)씨는 "'펑'하는 소리와 함께 물품보관함에서 불길과 연기가 새어 나와 휴대용 소화기로 진화를 시도했다"며 "문을 뜯어내니 타고남은 전선이 연결된 부탄가스통이 타고 있었고, 보관함 바닥에는 탁상시계 모양의 금속뭉치와 가방이 타고 남은 듯한 재가 깔려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열두 칸 규모의 보관함을 통째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보내 정밀 감식을 의뢰했다.
이보다 30분 가량 앞선 오전 11시22분께는 서울역 2번 출구 안쪽 좌측에 있는 물품보관함에서 불꽃과 연기가 치솟아 경찰이 출동했다. 서울역 보관함에서는 타다 남은 등산용 가방과 함께 터미널 보관함에서 발견된 것과 유사한 부탄가스통과 전선, 타이머로 추정되는 뭉치가 발견됐다.
목격자 권모(52)씨는 "'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맨 위 21번 물품보관함에서 용접할 때 나는 불빛이 문 틈새로 나왔다"며 "전기가 합선된 것처럼 하얀 연기가 주변에 깔렸고 전선 타는 냄새가 진동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보관함은 안쪽만 검게 그을렸다.
사고가 발생하자 경찰은 접근을 통제하는 한편 특공대 폭발물처리반(EOD)을 동원해 터미널과 서울역 일대 물품보관함 전체에 대해 폭발물 탐지작업을 벌였지만 더 이상의 이상 징후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이 서울역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이날 오전 5시51분께 어두운 색의 등산복 차림에 모자를 쓴 남성이 불이 난 물품보관함에 가방을 집어넣은 뒤 54분께 현장을 떠나는 모습이 포착됐다. 터미널에서는 해당 보관함을 비추고 있는 CCTV가 없었다.
경찰은 비슷한 시각에, 비슷한 폭발물이 터진 점을 미뤄 동일인이 설치한 사제폭탄에 의한 범행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수거한 증거물과 CCTV 자료 등을 바탕으로 계획된 테러인지, 공범이 있는지 등을 수사할 계획이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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