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27 재보선이 끝나자마자 식음료 업체들이 제품가격을 줄줄이 올리고 있다. 라면시장 1위 업체 농심은 '명품라면'이라는 신라면 블랙을 출시하면서 봉지당 기존 신라면(584원)보다 2.3배나 비싼 1,320원을 받고 있다. 롯데제과도 고급 성분을 더했다며 아이스크림 월드콘 이름을 월드콘XQ로 바꾼 뒤 값을 30%나 올렸다. 우유 과자 커피 삼각김밥 등 생활식품 가격도 10% 안팎 올랐다.
업체 관계자들은 그간 정부 눈치를 보느라 인상을 자제했으나, 더 이상 원당 등 국제 원자재값 상승 부담을 떠안을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업체 주장대로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가뜩이나 물가 급등으로 고통을 겪는 소비자들을 한번이라도 헤아렸다면, 한꺼번에 두 자릿수 이상 큰 폭으로 값을 올리진 못했을 것이다.
더욱이 제품 이름을 바꾸거나 용량을 줄이는 등'꼼수'를 부린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인기제품 가격은 10~30%로 크게 올리고 소비자들이 외면하는 제품은 거꾸로 조금 내려 평균 인상률을 낮추거나, 제 값을 받으면서 용량만 10~20% 줄여 가격인상 효과를 얻는 식이다.
제품 품질과 성분이 정말 2배 이상 비싸게 받을 정도로 프리미엄 급인지도 분명하지 않다. 제품명에'뉴(new)'를 붙여 값을 크게 올렸지만, 소비자들은 무엇이 달라졌는지 납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원료 성분에 관한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등 현장조사에 나선 것도 편법 인상 의혹이 짙기 때문이다.
대형 제조업체들은 늘 우는 소리를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엄청난 순이익을 남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유사가 그랬고 통신사도 그랬다. 호시탐탐 인상 기회를 노리면서도, 한번 올린 값은 원자재 가격이 떨어져도 요지부동이다. 고물가에 신음하는 국민과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라도 경영합리화로 원가 상승분을 최대한 흡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도 일부 제조업체들이 시장 지배력을 남용해 터무니없이 값을 올리는 불공정행위를 철저히 차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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