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례 국무회의가 상당수 국무위원의 불참과 지각으로 정족수를 못 채워 제 시간에 열리지 못한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이명박 대통령이 유럽 순방으로 자리를 비운 데다 징검다리 연휴 뒤끝에 국무위원들의 기강이 느슨해진 탓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재보선 패배에 이어 여당 내 권력투쟁이 불붙은 가운데 대통령의 레임덕이 국무회의에서부터 시작됐다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국무회의는 정부의 중요정책을 심의하는 헌법상 최고 정책심의기관이다. 그런 회의가 정족수 부족으로 정해진 시간에 열리지 못한 것은 심각한 일이다. 불참하거나 지각한 국무위원은 이런저런 이유를 대지만, 국무위원에게 국무회의 참석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 이재오 특임 장관은 대학 최고경영자과정 조찬 강연,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국회의원 조찬 및 성균관 석전대제, 백희영 여성가족부 장관은 지방 행사에 참석했다. 어느 하나 국무회의를 제쳐놓고 달려가야 할 만큼 급하고 중요하다고 보기 어렵다.
국무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해야 할 맹형규 행정안전자치부 장관의 지각은 더욱 이해가 안 된다. 비가 내린 출근길 교통체증 탓이라지만, 주무장관이라면 미리 서둘러 누구보다 먼저 회의장에 와 있어야 한다. 7분 지각한 유정복 농림수산부 장관도 비 핑계를 댔지만 옹색하기는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였더라도 그렇게 느긋하게 집을 나섰을까 싶다.
이날 국무회의에는 판ㆍ검사 출신 변호사의 전관예우를 제한하는 개정 변호사법 등 공포해야 할 법률안 69건과 심의ㆍ의결 법안 및 대통령령이 7건이나 올라와 있었다. 법률 공포안 심의는 형식적 절차지만, 심의 또는 의결이 필요한 다른 사항을 허겁지겁 참석한 국무위원들이 깊이 논의해 처리했을 리 만무하다.
모름지기 한 나라의 국무위원이라면 대통령이 자리를 비웠을 때 더욱 긴장한 자세로 국정을 챙겨 공직사회에 모범을 보여야 마땅하다. 그러기는커녕 기강 해이의 시범을 보인 꼴이 됐다. 참으로 한심하고 부끄러운 대한민국 국무위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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