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유행에 따라 변하는 패션이 아니다. 시공을 초월해 50년이 넘어도 인간과 환경이 조화를 이룰 수 있어야 한다."
최대 52도 각도로 기울어진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호텔 등 독창적인 비대칭 건축 설계로 유명한 이스라엘 출신의 건축가 모쉐 사프디(71ㆍ사진)가 1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자신의 건축 철학과 서울이 갖춰야 할 도시미에 대한 견해를 피력했다.
사프디는 "서울은 소도시의 골목 문화가 발달해 있으면서도 대형빌딩 중심의 대도시의 문화가 섞여 있다"며 "초고층 빌딩을 개발할 때 소도시 문화를 훼손하지 않고, 과거와 현재를 적절히 조화시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쌍용건설 초청으로 한국을 처음 방문한 사프디는 싱가포르에서 쌍용이 시공한 마리나베이샌즈호텔을 설계한 것이 인연이 됐다. 그는 마리나베이샌즈호텔을 설계하며 52도 휘어진 형상에, 지상 200m 건물 옥상 위엔 축구장 2배 크기인 1만2,408㎡의 스카이파크를 얹어 놓는 '괴상한' 건물이 지어진 배경도 들려줬다.
사프디는 "새로운 건축 아이콘을 원했던 발주처 샌즈그룹 셀던 아델슨 회장이 스카이파크를 얹어 놓은 설계를 보고 '그렇게 지어놓으면 누가 거기 올라 가겠느냐. 당장 집어 치우라'는 말까지 했다"며 "왜 이런 건축물이 필요한지 이유를 들어 발주처를 설득했고, 불가능할 것 같은 설계를 원안대로 시공해준 한국 기업의 기술력 덕분에 싱가포르의 새로운 상징물이 지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프디는 현재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신축공사에서 설계 수주 경쟁을 하고 있으며 유력 후보군에 포함돼 있다. 그는 "공항은 그 나라의 관문인 만큼 인천공항은 한국만의 독창미가 묻어나야 한다"며 "기능적으로도 입ㆍ출국 동선을 단축시키는 등 편의성과 효율성을 극대화 하는 방향에 설계 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쉐 사프디는 1938년 이스라엘에서 태어나 캐나다 맥길 대학에서 건축 학위를 취득했다. 캐나다 몬트리올에 건설한 조립식 건물인 '해비다트 67'로 세계 건축계에 이름을 알렸고 인도의 푼잡 시크교 국립박물관과 미국 워싱턴DC의 미국 평화본부, 캐나다 국립박물관 등을 설계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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