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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다문화사회를 위해

입력
2011.05.12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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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 시대의 영향으로 인적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다. 국내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외국인 노동자와 국제결혼도 점점 증가해 우리나라도 빠른 속도로 다문화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 국내거주 외국인은 130만 명에 이른다. 2004 년 이후 외국인과의 혼인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2010년에는 3만4,235쌍으로 전년도에 비해 2.8%의 증가율을 보였다. 10쌍 중 1쌍이 국제결혼이다. 농림어업종사 남자는 40%가 외국인 여성과 혼인을 한다.

국가 차원에서 심각성 인식을

40년 후 우리 모습을 상상해 보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결혼 이민자는 2050년 98만2,700여명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그 후손을 합친 인구는 216만4,800여명으로 늘어나 총인구의 5.11%에 달할 전망이다. 특히 어린 세대로 갈수록 다문화 진행속도가 빨라져 2050년에는 영아(0∼2세) 3명 중 1명이 다문화가정 출신이 된다. 반세기도 안 지나 인종적, 민족적으로 완전한 다문화사회가 된다는 얘기다.

이런 변화에 우리는 얼마나 대비하고 있는가. 다문화 가정에서 빈번히 겪는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결혼이주 여성들의 문화적 부적응이다. 그들이 한국 생활에서 가장 많이 호소하는 것이 서로 상대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다. 남편뿐 아니라 가족들까지 외국인 신부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해서 오는 갈등이 많다. 특별한 예외를 제외하고, 상대 문화를 이해하기 보다는 자신들의 문화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여기에 언어소통 문제와 평균 11.8세의 부부간 연령 차이까지 겹치면 그들의 소외감은 훨씬 더 심각해진다.

또 하나는 다문화가정 아동의 사회 부적응과 교육문제이다. 이제까지 다문화가정에 대한 관심은 이주여성들에 초점을 맞추어 한국어를 가르치고 한국문화를 설명하는데 시간과 관심을 쏟았다. 그러는 사이 이들 가정에서 태어나 성장하는 자녀들의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외모뿐만 아니라, 엄마의 낮은 한국어 수준으로 인해 유년기의 언어 습득에 장애가 있다. 이는 학습부적응으로 이어져 정신적 질환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 더구나 대부분이 농어촌에 거주해 가정의 교육수준도 낮다. 고학년으로 올라가면 일반적인 의사소통은 문제가 없더라도 독해와 어휘력은 현저히 떨어진다.

이런 절박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몇 개 단체나 기업이 나서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국가 차원에서 심각성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정책방향을 올바로 설정해야 한다. 크게는 동화주의와 다문화주의 중에서 어떤 것을 취할 지 결정해야 한다. 이 둘은 모두 사회통합을 목적으로 하지만, 서로 정면으로 배치된다.

글로벌시대 다양성 융화로

미국은 용광로정책으로 알려진 동화주의를 정책기조로 하고 있다. 국가는 하나의 언어, 문화, 민족으로 구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은 다문화주의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양한 언어, 문화민족, 종교 등을 통해 서로 정체성을 인정하고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사회 질서를 말한다.

민족주의 정서가 강한 우리는 상대를 동화시키는데 익숙하다. 지금까지 국가와 지자체의 정책이나 교육도 이에 가깝다. 그러나 글로벌시대에 세계는 하나의 거대한 지구촌을 형성하고 있다. 서로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사회통합으로 갈 때 상대의 고귀한 문화적 유산과 이중언어 같은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이념 민족 종교의 벽을 넘어 다양성이 융화될 수 있는 사회로 나가야 된다.

이윤범 청운대 베트남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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