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등 항해사 이재성 시인이 16일 승선해서 22일 출항을 한다. 시를 건지러 북태평양으로 떠나는 3등 항해사를 위한 작별모임을 '출항제'라 이름 했다. 젊은 시인의 출항을 축하하는 자작시를 읽기로 한 유정이는 천양희 시인의 '바다 시인의 고백'을 대신 읽었다.
'그곳에서 이곳까지 바다를 업고 왔다고 그가/말한다 파도처럼 철썩철썩 세상의 귀싸대기/때리며 말한다 끼룩끼룩 말한다 해풍 벗고/온몸으로 힘쓰는 시를 썼으면 좋겠다고 그가 말한다.' 마음이 담긴 시를 읽어 가는 내내 3등 항해사 얼굴에는 기대와 불안의 표정이 교차된다.
젊은 시인으로 체험하고 싶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기대도 크지만 180일 이상을 추운 바다에 떠있어야 하는 거대한 고독에 대해 스물다섯의 나이는 아직 젊은지 모른다. 크리스마스쯤 다시 만나겠지만 떠나는 이도 보내는 이도 착잡해지는 모양이다. 1년 넘게 함께 시를 읽고 시를 써온 학우들이 작별의 선물을 꺼내 놓는다.
'랭보'는 바다에서 식수 걱정을 하며 유기농 녹차봉지를 가져왔고 '전설의 셰프'는 3등 항해사의 품위를 위해 출국용, 입국용 모자 2개를, 요즘 부쩍 피부 관리에 신경을 쓰는 '조재벌'은 화장품을 전달했다. 3등 항해사는 마음이 담긴 선물 앞에 잠시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울지 않았다. 돌아와서 시로 갚겠다는 출항 인사로 다들 '브라보'를 외치며 잔을 들었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