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정권에 반대한 문인들을 간첩단으로 몰아 처벌한 ‘문인간첩단 사건’의 피해자들에게 37년 만에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효채 부장판사는 1974년 문인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유죄 판결을 받은 문학평론가 김우종(82)씨와 소설가 이호철(79)씨, 문학평론가 고(故) 장병희씨에 대한 재심에서 12일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김씨 등이 일본에서 접촉했던 사람들이 조총련계인 것은 인정되지만 김씨 등은 그들이 반국가단체 구성원이라는 점과 원고 청탁을 받은 잡지가 위장 기관지였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피의자 신문조서는 이들이 증거로 사용하는 데 동의하지 않았으므로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으며, 공판조서만으로는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문인간첩단 사건은 1974년 당시 국군보안사령부가 대학교수였던 김씨와 소설가 이씨, 대학강사 장병희씨, 문학평론가 임헌영(70)씨, 소설가 고 정을병씨 등 5명의 문인이 일본에서 발행된 잡지 ‘한양’이 북한 공작원들이 발행인과 편집인으로 있는 조총련계 위장 잡지라는 점을 알면서도 원고를 게재하고 원고료를 받았다며 간첩죄와 국가보안법 위반죄 등을 적용해 구속한 사건이다. 보안사는 가혹행위 등으로 허위 자백을 받아냈고, 검찰은 사건의 핵심인 간첩죄는 빼고 국가보안법상 회합ㆍ통신 등 혐의만 적용해 기소, 김씨 등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이 각각 선고됐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9년 “민간인에 대한 수사권이 없었던 보안사가 불법 수사한 사건”이라며 국가에 김씨 등에 대한 사과와 명예회복을 위한 재심 등의 조치를 권고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