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대한 테러 실행계획 등을 상세하게 기록한 오사마 빈 라덴의 일기장 내용이 11일 일부 소개됐다. 또 미 중앙정보국(CIA)이 상원의원들에게 빈 라덴 시신 사진을 공개, 죽음 여부를 둘러싼 음모론이 가라앉을 지 주목된다.
AP 통신은 이날 미 고위 당국자를 통해 미 특수부대가 빈 라덴 제거작전 과정에서 수거한 일기장의 발췌 내용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빈 라덴이 자필로 쓴 20쪽 분량의 일기장엔 당장 임박한 테러에 대한 정보는 담겨있지 않으나 9ㆍ11 이후의 후속 테러와 미국의 중동정책에 대한 견해 등이 실려있어 "더없이 귀중한 자료"라는 게 AP의 설명이다.
빈 라덴 일기장의 요지는 '미 독립기념일(7월4일)이나 9ㆍ11 10주년 등 상징적 날짜를 택해 9ㆍ11에 버금가는 많은 미국인을 살상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뉴욕만을 테러 표적으로 삼지 말고 보다 접근이 쉬운 로스앤젤레스와 다른 중소도시로 타깃을 확대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앞서 공개된 9ㆍ11 테러 10주년에 맞춰 열차를 교량이나 계곡에서 탈선시켜 대규모 인명피해를 낸다는 계획도 이 일기장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빈 라덴은 미군을 아랍권에서 몰아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미국인을 살상해야 하는가"를 숙고, "9ㆍ11 때 이상으로 수천명을 한번에 희생시킬 수 있는 대규모 테러를 계획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미 당국자는 "테러 일기는 빈 라덴이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졌지만 전 세계 알 카에다 조직을 여전히 통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의미부여했다. 빈 라덴은 USB 메모리 드라이브를 인편을 통해 전달하는 방법으로 이 같은 계획을 알 카에다 하부조직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빈 라덴이 테러의 타깃을 미국으로만 한정해 알 카에다 하부 조직원들과 갈등을 빚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워싱턴포스트는 또 다른 미 당국자를 인용, "빈 라덴이 미국과 서방에 대한 성전만을 추구해 미국으로부터의 보복을 우려한 요원들과 마찰을 일으키기도 했다"며 "요원들은 덜 위험한 예멘이나 소말리아, 알제리에서의 테러를 선호했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이런 점에서 빈 라덴은 "게으르고 자기만족적인 인물"이라고 평했다.
빈 라덴이 미 당국으로부터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비 무슬림' 전사를 테러요원으로 활용키로 하고 미국 내 흑인이나 히스패닉을 물색한 사실도 드러났다.
한편 CIA가 일부 상원의원들에게 빈 라덴 시신 사진을 공개하기 시작했다고 미 CNN이 전했다. 공화당 소속 제임스 인호프 상원의원은 CNN 인터뷰에서 "11일 빈 라덴 시신 사진을 직접 봤는데 총알이 귀와 눈두덩을 관통하고 밖으로 뇌가 튀어나와 끔찍한 모습이었다"며 "사진 속 시신은 빈 라덴이 확실하고, 그는 죽었다"고 말했다. 사진은 빈 라덴이 파키스탄 은신처에서 사살된 뒤 아라비아해에 있는 미 항공모함에 옮겨진 이후 촬영된 것이다.
CIA는 미 상원 군사위, 정보위 소속 의원들이 예약전화를 하면 빈 라덴 시신 사진 15장을 별도로 마련된 방에서 볼 수 있도록 해 음모론을 해소한다는 입장이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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