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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호 2차 발사 실패, 책임공방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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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호 2차 발사 실패, 책임공방 끝낸다

입력
2011.05.12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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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한국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Ⅰ)의 2차 발사 실패 원인을 놓고 갈등해온 한국과 러시아 양국 정부가 최근 본격적인 협의에 나섰다. 우리측 교육과학기술부 당국자가 지난주 러시아 연방우주청을 방문해 앞으로의 협의 과정을 논의했다. 이에 따라 나로호 3차 발사 일정이 올 상반기 안에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1년 동안 기술적 이견만 계속

나로호 2차 발사가 실패한지 1년이 다 돼 가지만 아직까지 3차 발사 일정은커녕 실패 원인조차 명확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한ㆍ러 전문가들은 양측 사이에 기술적 이견이 있기 때문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양측 기술전문가로 이뤄진 한ㆍ러 실패조사위원회(FRB)가 2차 발사 이후 4차례나 열렸는데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 올 1월 4차 FRB 직후 조광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연구본부장은 "(실패 원인 규명을 위한) 같은 실증실험 결과를 놓고 양측이 해석하는 관점이 서로 다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5차 FRB는 아직 일정조차 잡혀 있지 않다. 양국간 계약에 따라 FRB를 통해 2차 발사 실패 원인에 대해 양측이 합의한 뒤에야 3차 발사가 가능하니 우리로선 참 답답한 노릇이다. 나로호 3차 발사용 예산 약 180억원도 현재 집행되지 못하고 있다.

나로호 발사가 성공하면 국산 기술로 만드는 한국형 발사체(KSLV-Ⅱ) 사업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발사체의 핵심인 1단 로켓을 나로호에 제공하는 러시아 입장에서야 나로호의 3차 발사 일정이 늦어지더라도 별 상관없는 '남의 일'이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고, 결국 우리가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협의 주체 기관에서 국가로

2차 발사에 쓰였던 나로호의 잔해가 바닷속 깊이 가라앉아 조사할 수 없는 상황에서 폭발 직전까지 2분여 동안의 데이터만으로 실패 원인을 정확히 알아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해볼 수 있는 실험은 거의 해봤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제는 기술적 접근을 넘어 '협상의 묘'가 필요한 시점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FRB의 주체는 (1단 로켓을 개발한) 러시아 회사 흐루니체프와 (상단 로켓을 개발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었다"며 "서로 기술적 자존심 때문에 협의를 원활히 진행하지 못하고 평행선을 그려온 측면이 있다"고 귀띔했다. 최근 2차 발사 실패 원인 협의를 위해 좀더 중립적일 수 있는 민간 전문가를 참여시켜 새로운 조직을 구성하자는 데까지 양측이 합의했다는 게 교과부의 설명이다.

지난주 러시아 연방우주청을 방문하고 돌아온 양성광 교과부 전략기술개발관은 "(기존 FRB를 대신할) 새로운 조직에 정부 관계자도 직접 참여할 지는 아직 미정"이라며 "6월 중 새 조직의 첫 회의를 열자고 러시아 측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예정대로 6월 중 첫 회의가 개최되고 한ㆍ러 양측이 실패 원인 합의에 이르면 나로호 3차 발사 일정에 대한 논의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새 조직의 민간 전문가나 정부 관계자 인적 구성에도 양측이 합의해야 하는 만큼 3차 발사 시기가 결정되기까진 어느 정도 시일이 걸릴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나로과학위성 임무기간 최장 1년

3차 발사를 위한 기술적 준비는 2차 발사 실패 원인 규명과는 별도로 진행되고 있다. 조광래 본부장은 "1, 2차 발사 때 기술적으로 잘못된 부분을 개선해 2012년엔 꼭 3차 발사에 성공해야겠다는 게 당연한 바람"이라며 "3차 발사용 1단 로켓도 러시아가 이미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상단 로켓은 항우연이 이미 만들어 놓았다.

1, 2차 발사 때 나로호에 실려 소진된 과학기술위성을 대신할 검증위성은 '나로과학위성'으로 최근 명명됐다. 무게는 약 100kg으로 기존 과학기술위성과 비슷하다. 나로과학위성을 우주비행 모델로 만들기 위한 최종 상세설계검토회의가 이달 중 열릴 예정이다.

최근 결정된 나로과학위성의 임무는 크게 네 가지. 첫째는 정상 궤도에 진입했다는 신호를 보내는 기본 임무. 나로호 발사 성공 여부를 판가름하는 최종 기준이 된다. 나머지 셋은 추가로 부여된 과학 임무다. 전기를 띤 입자들이 우주환경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를 관측하고, 우주용 초고속레이저와 우주용 반작용 휠을 검증하게 된다. 이들 기술은 고집적 전자소자의 오류를 시험하고, 우주에서의 거리를 정밀하게 측정하고, 위성 자세를 정교하게 제어하는데 각각 활용될 전망이다.

강경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 위성연구실장은 "이들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나로과학위성 개발은 올해 말에 완료된다"며 "발사 후 나로과학위성의 임무 기간은 3개월에서 1년 정도"라고 말했다. 나로과학위성 개발에 드는 비용은 약 20억원이다.

임소형 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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