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3개국 순방을 마치고 15일 귀국한 이명박 대통령이 숨 돌릴 여유가 없다. 당장 해결해야 하는 민감한 현안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당장 한나라당 내부 상황이 문제다. 이 대통령은 우선 당권을 교체해 신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황우여 원내대표∙이주영 정책위의장 등 새로운 원내대표단과의 관계 설정에 나서야 한다.
여당의 적극적 협력을 얻지 못하면 임기 후반 국정운영의 동력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황 원내대표와 이 의장은 추가 감세 철회를 주장하는 등 MB정책에 반기를 들고 있어서 이 대통령 입장에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 대통령과 새로운 당 지도부와는 서먹한 관계는 아니다"고 강조하면서 "이 대통령이 원내대표와 비상대책위원장 등 새롭게 구성된 지도부를 금주 중에라도 청와대로 불러 축하를 겸한 회동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의 관계 유지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신주류가 박 전 대표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박 전 대표의 조기 대선 행보는 어떤 식으로든 이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권 관계자는 "지난해 8월 이후 유지되고 있는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좋은 관계에 당장 변화가 있을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여의도 상황이 워낙 유동적"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국내 상황을 파악할 시간이 필요하고 주말엔 일본에서 한일중 정상회담을 가져야 하므로 박 전 대표의 유럽특사 보고는 정상회담 이후에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원내대표 선거를 계기로 분화와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는 친이계의 내부결속을 다지는 것도 시급하다. 이재오 특임장관의 거취 문제도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여권 관계자는 "당 운영이 비주류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상황에서 친이계의 조기 분화는 국정운영 기반 자체를 흔들 수 있다"며 "이 대통령이 이재오계와 이상득계의 화합을 위해 모종의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족수가 차지 않아 국무회의 개회 시간이 늦어지는 등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는 공직기강 해이 문제도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여기에 16일 예정된 과학벨트 입지 발표도 지역 갈등을 격화시켜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민심 수습을 위한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귀국 직후 김황식 총리로부터 보고받는 자리에서 부산저축은행 비리와 관련해 "이 문제를 철저하게 조사해 공정사회에 어긋나는 것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조치해야 한다"며 철저한 진상 조사와 엄중한 문책을 주문했다고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전했다.
김동국 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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