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재계가 '가격전쟁' 2라운드에 돌입했다. 이번엔 제품가격의 편법인상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핵심이다. 소비자단체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도 이전과 달라진 점이다.
대한주부클럽은 지난 9일 공개적으로 커피업체들의 편법적인 가격인상 의혹을 제기했다. 각 업체들이 출시한 91종의 커피를 비교ㆍ분석한 결과 첨가물과 원두, 추출법의 차이를 들어 최고 2배 이상의 가격차이를 보인 점, 같은 업체 제품이라도 첨가물에 따라 다양한 이름이 붙으면서 최고 35.2%의 가격 편차가 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편법으로 가격을 인상하기 위해 프리미엄급 출시 등 제품 종류를 확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업체들의 가격인상이 편법 논란에 휩싸인 사례는 부지기수다. 우선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프리미엄'이란 타이틀을 내건 경우다. 농심은 우골분말을 사용한 '명품라면'이라며 지난달에 '신라면 블랙'을 출시, 대형마트에서 개당 1,320원을 받고 있다. 기존 신라면의 두 배가 넘는 가격이다.
롯데제과는 기존 제품에 3가지 고급 성분을 더했다며 신제품 '월드콘XQ'의 값을 30%나 올려 2,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롯데삼강 역시 '구구콘'을 '구구콘스타'로 바꿔 가격을 2,000원으로 인상했다. 고급우유를 사용하고 초코맛을 더한 프리미엄 제품이란 게 이유다.
LG생활건강은 '조지아 에메랄드 마운틴'을 새로 내놓으며 프리미엄 커피임을 내세워 기존 조지아 커피보다 두 배 비싼 1,300원에 팔고 있다. 동서식품은 '맥스웰하우스'를 프리미엄급으로 리뉴얼하면서 포장 단위를 400g에서 100g과 200g으로 바꿨는데, g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각각 27.2%, 12.4% 비싸졌다.
어린이날 직전에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가격을 올린 제과업체들의 행태 역시 편법적인 가격인상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롯데제과와 농심, 크라운제과 등은 하나같이 평균 인상률이 8~9% 라며 한자릿수 인상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들 업체는 인기제품 가격은 대부분 10% 이상, 많게는 25%까지 올리면서 대신 비인기제품의 가격을 조금 내려 평균 인상률을 낮췄다. 사실상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일종의 눈속임을 한 셈이다. 게다가 이들 업체는 지난해 말부터 일부 제품의 내용물을 최대 17.6%까지 줄여 간접적으로 가격인상 효과를 보기도 했다.
일부 업체들은 고가의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기존 제품을 단종시키기도 한다. 한국야쿠르트는 장 발효유 신제품 'R&B'를 출시한 뒤 기존 인기제품인 '메치니코프' 출시를 중단했다. R&B는 1,200~1,500원인 데 비해 메치니코프는 900원이었다. 롯데제과 역시 월드콘과 월드콘XQ를 모두 판매한다고 공언했지만, 마트나 슈퍼에선 월드콘이 사라진지 오래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관계자는 "맛과 성분이 다르고 고급화됐다는 업체들의 주장에 많은 소비자들이 수긍하지 못하고 있다"면서"납득할 만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다면 가격을 편법적으로 인상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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