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최고 정책심의기구인 국무회의가 11일 상당수 국무위원들의 불참과 지각에 따른 정족수 미달로 7분 가량 늦게 시작되는 소동이 빚어졌다. 이명박 대통령의 유럽 순방 중 벌어진 일로 정권 후반기 공직기강 해이를 보여준 사례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날 서울 정부중앙청사에서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20회 국무회의는 의사정족수 10명을 채우지 못하면서 오전 8시 7분에야 열렸다. 전체 국무위원 18명(대통령과 총리, 장관) 가운데 이날 개회 예정 시간인 오전 8시까지 회의장에 들어온 국무위원은 김 총리를 포함해 윤증현 기획재정부, 현인택 통일부, 이귀남 법무부, 김관진 국방부, 진수희 보건복지부, 이만의 환경부, 박재완 고용노동부,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등 9명에 불과했다.
결국 이들 국무위원은 청사 19층 회의장 옆에 마련된 대기실에서 5분 이상 기다렸으며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7분 늦게 도착해서야 회의를 간신히 시작할 수 있었다. 국무회의 의사 정족수는 과반수인 10명 이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유 장관 측은 이날 지각과 관련, "평소보다 일찍 자택에서 출발했지만 교통 체증으로 늦었다"고 해명했다.
4명의 장관은 국내에 있으면서도 특강 등 개인 일정과 지각 등의 이유로 차관을 대신 참석시켰다. 이 중에는 정치인 출신 장관이 많았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가진 고려대 조찬 특강을 이유로 불참했다.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교통 체증으로 20분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차관을 참석시켰다.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내년 예산과 관련한 한나라당 의원들과의 조찬 모임과 성균관 춘기 석전대제 참석을 이유로 불참했다. 백희영 여성가족부 장관은 경남 양산시 양성평등교육진흥원 남부센터 개원식에 참석했다.
반면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이 대통령의 유럽 순방에 동행했으며,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교육장관 회의 참석 등을 위해 해외에 머물고 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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