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마 빈 라덴의 죽음이 미국과 서방의 아프가니스탄 대(對)테러전쟁에 미치는 영향이 가시화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제1호 공적(公敵)이 사라진 마당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 부으며 전쟁을 지속할 필요성이 있느냐는 이유에서다.
당장 미국의 아프간 조기 철군 계획이 힘을 얻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아프간에 주둔 중인 미군이 7월 5,000명, 연말에 다시 5,000명을 추가로 철수하는 계획을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도 이날 "미국이 앞으로 3년간 아프간에서 7만명의 병력을 빼낼 것"이라고 전했다. 미군 외에 4만명의 다국적군도 올 여름부터 철수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미군의 철군 로드맵은 빈 라덴 사망 이전에 만들어진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2009년 12월 아프간에 3만명의 미군을 추가파병하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18개월이 지나면(2011년 7월) 철군을 개시할 수 있다"는 출구전략을 동시에 밝혔다. 당시엔 탈레반의 공세가 거세져 병력 증강이 불가피하지만 아프간의 안보책임은 어디까지나 아프간 정부와 국민에게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2001년 10월 시작된 아프간 전쟁은 ▦빈 라덴 체포 ▦알 카에다 괴멸 ▦탈레반과 알 카에다 간 연결고리 차단 등을 작전 목표로 삼았었다. 조기 철군론자들은 이 가운데 빈 라덴이 제거된 만큼 전쟁을 하루빨리 끝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제임스 맥거번 미 하원의원(민주당)은 "이미 지칠 정도로 기다렸다. 빈 라덴은 사라지고 알 카에다도 타격을 입었으니 아프간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엄청난 전비도 문제. 존 케리 상원의원(민주당)은 "아프간전에 드는 비용은 한달에 100억달러(10조7,000억원)에 달한다"며 "정부가 기본적으로 감내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오바마 정부는 국경 전체를 관할하는 광의의 대테러전략을 구사하기보다 빈 라덴 사살과 같은 선택과 집중의 특수작전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미 국방부(펜타곤)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10년 전쟁을 통해 어렵게 탈환한 지역을 탈레반 반군에 내주지 않을까하는 우려때문이다. 펜타곤 측은 "철군 병력은 10만명 중 극히 일부이며 미군의 전투력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강변하고 있다. 아프간 주둔 영국군 사령관인 제임스 버크널 소장도 이날 가디언에 "아프간 정부에 군권을 이양할 경우 탈레반이 치안공백을 파고들 위험성이 크다"며 "철군 종료시점인 2014년은 일종의 '경유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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