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언론인들께서 오늘 한나라당 의총에서 커다란 공방과 논란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셨겠지만 충족시키지 못해 죄송하다."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은 11일 국회 브리핑실을 찾아 의원총회 결과를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의원총회에서는 황우여 원내대표와 정의화 비상대책위원장 가운데 누가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느냐를 놓고 친박계ㆍ소장파 연합군과 친이계 구주류 간 거친 공방이 예상됐었다.
하지만 이날 의총은 오후2시10분께 시작돼 불과 1시간 만에 종료됐다. 100여명의 의원들이 의총장을 찾았지만 발언 신청자는 거의 없었다. 친이계 심재철 의원이 나와 "감세 철회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게 전부였다.
여상규 당 법률지원단장과 정희수 제1사무부총장이 최대 쟁점이었던 대표 권한대행 문제에 대한 양측의 합의안을 설명했고, 의원들이 박수로 이를 추인하면서 의총은 사실상 마무리 됐다.
앞서 대표 권한대행 문제에 대해 당 법률지원단은 "황 원내대표가 맡는 게 당헌에 부합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았고, 오전에 열린 4선 이상 의원들의 긴급 회의도 이를 지지했다.
이날 의총 결과에 대해 "형식적으론 타협과 절충이지만 내용적으론 친박계ㆍ소장파 연합군이 원내대표 경선에서 승리한 데 이어 2라운드 힘겨루기에서도 판정승을 거둔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특히 과도체제이긴 하지만 친박계와 소장파 연합군이 당권까지 거머쥠으로써 사실상 '신주류'로 등극했다고 할 수 있다. 당대표 권한을 넘겨받음으로써 신주류측은 그간 구주류가 장악해온 당 조직과 인사, 자금 등에 손을 댈 수 있게 됐다. 이는 신주류측이 6월 말 7월 초로 예정된 전당대회까지 승기를 이어갈 수 있는 토대를 깔았다는 얘기다. 신주류나 구주류 공히 대표 권한대행을 차지하기 위해 집착한 데는 이런 사정도 깔려 있었다.
물론 구주류측으로서도 구주류가 다수를 차지한 비대위를 추인받음으로써 전당대회에서 반격을 노릴 수 있는 최소한의 진지를 구축했다는 평가도 없지 않다.
양측이 이날 정면 충돌을 피한 것은 "당권을 두고 싸움질한다"는 비판 여론이 형성된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비판 여론을 의식한 소장파가 정의화 비대위원장 체제를 추인하는 쪽으로 한걸음 물러섰고, 수세에 몰렸던 구주류측도 "지금은 때가 아니다"며 발톱을 일단 감춘 것이다. 한 친이계 의원은 "60일간의 과도체제를 놓고 앙앙불락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승부를 걸 시점이 지금이 아니라는 얘기다.
신ㆍ구주류 양측의 강경파라 할 수 있는 정두언 의원과 권택기 의원이 의총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당 관계자는 "갈등이 일단 봉합됐지만 어정쩡한 투톱 체제로 절충됐기 때문에 불씨는 여전하다"고 평가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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