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모(38ㆍ여)씨는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유방암 2기 진단받고 왼쪽 가슴을 모두 잘라냈다. 2년이 지난 지금 유방암 투병 중인 환자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활기를 찾았다. 차씨는 "유방을 다시 만드는 재건술 덕분에 암 충격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방재건술 덕분에 한쪽 가슴이 없다는 상실감을 빨리 극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차씨는 유방암 수술은 물론이고 수술 후의 삶까지 고려해 치료 계획을 세워준 병원에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알로덤 이용한 유방재건술 국내 최고 권위
암은 우리나라 사람 3명 중 1명이 걸릴 정도로 국민질환이 된지 오래다. 암 발병률이 높아지면서 수술 후 재건 분야가 주목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암이 바로 유방암이다.
허찬영 분당서울대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알로덤을 이용한 유방재건술을 국내에서 가장 많이 하는 의사다. 이 수술법은 유방암 수술과 동시에 조직확장기를 넣고 3~6개월간 피부를 늘린 후, 유방보형물과 이를 잘 받쳐줄 인공 진피인 알로덤으로 유방 모양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예전에는 환자 본인의 등 조직이나 아랫배 피부와 지방으로 유방 재건을 했다.
알로덤 등장으로 인해 최근 수술 추세가 크게 바뀌었다. 알로덤을 쓰면 유방암 수술과 동시에 재건수술을 할 수 있고 유방암 수술로 인한 흉터 이외에 흉터가 추가로 남지 않아 수술 후 만족도가 높다. 유방암 수술 후 항암치료를 할 때 조직확장기로 피부를 늘리므로 유방암 치료와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수술시간과 입원기간도 더 짧다.
국내에서는 아직 본인의 등 조직이나 아랫배 피부를 이용하는 수술이 더 많이 시행된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유방재건 환자의 70%가 유방보형물을 쓰는 수술을 하고 있다. 허 교수는 2010년 미국에서 알로덤을 이용한 유방재건을 가장 많이 하는 조지타운대병원 스피어 교수에게 연수 받은 뒤 한국인 체형에 맞는 알로덤을 국내에 도입했다.
보통 유방재건술은 양쪽을 하는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 한쪽만 시행한다. 그러다보니 양쪽 가슴을 비슷한 모양으로 만드는 짝맞춤도 중요하다. 수술하지 않는 반대편 유방에 안면당김술에 이용하는 초음파 장비인 울세라를 이용해 대칭적인 가슴 모양을 만들어 주는 것도 허 교수 수술의 장점이다.
허 교수는 인공 유방보형물 국산화를 위한 임상연구도 주도하고 있다. 연구 중인 유방보형물은 국내에서 개발돼 이미 유럽과 남미에서 쓰이고 있다. 임상시험에 등록하면 유방재건 수술비도 지원받을 수 있다. 허 교수에게 유방재건술에 대해 물어보았다.
-유방암 환자는 모두 유방재건술을 받을 수 있나.
"유방암 1기이거나 방사선 치료를 하지 않아도 되는 2기 환자는 외과수술과 함께 유방 동시재건술을 받을 수 있다. 유방 지연재건술은 유방암이 비교적 진행된 환자에게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가 끝난 뒤 외과에서 재발 가능성이 낮다고 인정되면 시행할 수 있다."
-유방 동시재건과 지연재건의 차이는 무엇인가.
"예전에는 수술 합병증이나 암 재발 우려로 인해 유방절제 후 6개월~2년이 지난 뒤 재건술을 시행했다. 최근에는 유방절제술과 동시에 재건수술을 많이 한다. 유방 동시재건술은 유방 지연재건술에 비해 합병증이나 국소재발률에서 차이가 나지 않는다. 또한, 수술 후 보조적 항암치료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다만, 지연재건술은 수술을 두 번 하므로 의료비도 더 많이 든다."
-수술 시간은 얼마나 걸리나.
"본인의 등 조직이나 복부 피부지방을 이용하면 최소한 5시간 넘게 수술해야 한다. 알로덤 유방보형물을 쓰면 2시간 전후면 된다. 자가조직을 이용하면 7일 이상 입원해야 하지만, 알로덤 유방재건술은 수술 후 3~4일이면 퇴원할 수 있다."
-환자에게 언제 유방재건술에 대해 설명하나.
"분당서울대병원은 외과, 혈액종양내과, 성형외과, 영상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병리과, 재활의학과 의료진이 치료계획을 함께 수립하는 유방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유방암을 처음 진단하고 치료계획을 세우는 단계에서 유방재건술을 고려한다. 1기나 2기 유방암으로 진단받고 유방절제를 해야 하는 환자 모두에게 유방재건술에 대해 설명해준다."
-유방재건술을 하는 환자는 얼마나 되나.
"유방 지연재건술을 주로 했던 과거에는 또다시 수술대에 누워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유방재건술을 거의 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가능하면 유방암수술과 동시에 재건수술을 하므로 1~2기 유방암 환자들이 많이 선택하고 있다. 최근 유방재건술을 할 수 있는 유방암 환자의 90% 이상이 재건술을 하고 있다."
-유방재건술로 인해 암이 재발하거나 퍼질 수 있나.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유방암으로 인해 한쪽 유방을 잘라내면 대부분 유방재건술을 한다. 그러나 유방재건술이 유방암 전이를 높인다는 보고는 아직 없다. 따라서 유방재건술을 받는다고 해서 암세포가 퍼지는 것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유방암 환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유방암은 다른 암보다 수술 전후 환자의 고통이 무척 크다. 한쪽 가슴 없이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한국의 유방재건술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유방암 수술과 재건수술을 분리해 생각할 게 아니라 당연히 함께 받는 수술로 여기기 바란다. 유방암을 극복하고 다시 일상에 복귀하는데 훨씬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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