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판단을 보류하면서 외환은행 매각 문제는 또 다시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다. 하나금융그룹의 인수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고, 당장 고려해야 할 변수도 많아졌다.
단기적으로는 하나금융과 론스타 사이에 이뤄질 계약 협상이 발등에 떨어진 불. 다음은 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에 대한 법원판결이 결정적 변수다. 이와 별도로 법원의 판결을 금융위가 어떤 식으로 해석할 지도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외환은행 인수 성사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며 13일 증시에서 하나금융 주가는 하한가를 쳤다. 이에 따라 주가는 단숨에 유상증자가격(4만2,800원)보다 낮은 3만7,850원으로 추락했다.
이와 관련 론스타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 보류 문제에 대해 국제기구인 국가투자중재해결기구(ICSID)에 금융위를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실제 론스타가 잃을 것은 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 금융계 인사는 “론스타는 중간배당 등 형태로 어떻게든 이익을 실현해나갈 것이다. 반면 하나금융은 손실을 입게 됐고, 론스타는 외환은행에서 계속 배당을 챙겨가게 됐다. 금융위 결정으로 결국 우리나라 금융기관만 손해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첫 번째로 가능한 시나리오는 하나금융과 론스타가 계약기한을 연장하면서 금융위 인수승인을 기다리는 것.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이날 이사 간담회를 마치고 “인수추진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며 “론스타와 계약 연장 등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측이 계약서상 24일까지 계약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으면 누구든지 계약을 파기할 수 있지만, 하나금융은 계약 연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우리 쪽에 결함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론스타의 문제로 금융위 심사가 지연된 것이기 때문에 론스타 쪽도 이해를 해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손해날 것 없는 론스타와 달리 하나금융은 주가하락에 따른 투자자들의 반발에 직면할 공산이 크다. 이와 관련, 김 회장은 “주주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자사주를 매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론스타가 24일 이후 계약을 파기하고 새로운 인수자를 찾는 것. 사실 외환은행은 꽤 괜찮은 매물이다. 2분기 현대건설 매각 이익금 9,000억원을 포함, 최대 1조원 중반대에 이르는 순이익이 예상된다. 하이닉스 매각이 본격화할 경우 추가로 조단위 이익을 거둬들일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외환은행 자체가 매력있는 자산이기 때문에 만약 론스타와 하나금융 사이에 조금의 균열이라도 생긴다면 론스타는 얼마든지 계약을 파기하고 새 원매자를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하나금융이 제시한 가격이상을 받기는 어렵기 때문에 현재로선 론스타가 하나금융의 계약 연장 제의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더 높다. 하나금융이 론스타에 제시한 가격은 주당 1만 4,300원. 인수계약 시점(지난해 11월)에 10% 정도의 프리미엄을 붙인 것인데, 현재 외환은행 주식의 시장 가격인 9,950원(13일 기준)과 비교하면 43.7% 높은 가격이다. 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의 유죄판결이 확정되고 론스타 법인도 형사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쪽으로 결론이 나면 금융위가 론스타를 부적격 대주주로 판단, 지분(10% 초과분)에 대해 강제매각을 명령할 수 있다. 단, 강제매각명령을 내리더라도 방식이나 매수자까지 지정하지는 않는다.
이 경우에도 두 가지 가능성이 있는데 ▦하나금융이 그대로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방안과 ▦인수자를 공모하는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경우로 나뉜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외환은행의 상품 가치만 유지된다면 론스타로선 꽤 높은 차익을 거둬들일 것으로 보인다. 시간을 끌수록 현대건설과 하이닉스 매각차익 등은 론스타가 계속 배당으로 빼갈 것인 만큼, 어떤 경우든 론스타가 손해볼 일을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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