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4일 개막하는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공식 트레일러를 태국 감독 위싯 사사나티엥이 만들고 있다. 외국 감독이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영화제 트레일러의 메가폰을 잡는 것은 처음이다. '시티즌 독'(2004)으로 영화마니아들에게 알려진 사사나티엥은 태국영화계의 간판 감독 중 한 명이다. 그는 지난해 부산영화제 폐막작인 옴니버스영화 '카멜리아'에도 참여했다. 영화 예고편을 뜻하는 트레일러는 영화제를 알리는 홍보 영상물을 의미하기도 한다.
국내 영화제들의 국제화 행보가 눈에 띈다. 영화제의 트레일러를 외국 감독들이 잇달아 연출하고, 외국 감독의 사진을 활용한 포스터도 등장했다. 국내 영화제들의 높아진 위상을 반영한 것이자, 명실상부한 '국제' 행사로 키우려는 노력의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트레일러는 영화제의 얼굴로 영화제의 정체성과 지향성을 담게 마련이어서, 국내 유명 감독이나 스타 배우들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 이용관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사사나티엥 감독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트레일러 연출 의사를 밝혔는데 국제영화제이니 외국 감독에 대한 거부감은 딱히 없었다"며 "현재 태국에서 촬영 중이다"고 밝혔다.
9월 22일 막을 올리는 제3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의 트레일러도 일본 감독 사카모토 준지가 연출을 맡을 예정이다. 사카모토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납치 사건을 다룬 '케이티'와 '망국의 이지스' 등을 만든 중견 감독이다. 사회 문제에 포커스를 맞춰 온 그는 일본의 대표적인 지한파 감독으로도 알려져 있다. 정상진 DMZ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은 "국제영화제이니 국내에서만 트레일러 감독을 찾지 말자 생각했다"며 "사카모토 감독은 긴장과 평온한 기운이 감도는 DMZ의 아이러니한 모습을 보고 연출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올해 부산영화제의 포스터(사진)는 1997년 '체리향기'로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이란의 세계적인 감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사진 '더 월'을 바탕으로 디자인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