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노믹스의 핵심인 감세(減稅)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한나라당 신임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법인세ㆍ소득세 등 추가 감세정책을 철회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내년으로 예정된 추가 감세를 철회하면 소득세가 연간 5,000억원, 법인세는 3조2,000억원 더 걷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렇게 확보한 예산과 지난해 쓰고 남은 세계잉여금 등 10조원을 학생 등록금 등 서민 복지예산으로 돌리겠다는 설명이다.
감세정책은 MB정부의 대표적인 실패작으로 꼽혀왔다. 정부는 감세가 투자와 고용을 늘려 서민과 중산층에 그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오히려 부유층과 대기업의 배만 불려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감세와 고환율, 저금리 정책의 혜택을 입은 수출 대기업은 넘쳐나는 현금을 주체 못해 고액 연봉과 성과급 잔치로 흥청거리는 반면, 중소기업과 서민들은 고물가와 전세대란, 소득 감소 등으로 신음하고 있다.
한국일보가 그제 경제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감세정책 철회 의견이 감세 유지론을 3대 1의 비율로 압도한 것도 의도했던 감세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심각해지는 양극화를 타개하려면 세금을 통한 누진적 분배효과를 노려야 한다"며 당장 감세를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복지국가의 문턱에도 도달하지 못했을 만큼 사회안전망이 허술하다. 한국재정학회의 최근 보고서를 보면, 지금 정도의 복지 수준만 유지해도 급속한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고 한다. 증세를 해도 복지재원 마련이 쉽지 않은데 부유층과 대기업에만 혜택이 집중되는 감세정책을 밀어붙였으니, MB정부가 부자정권의 오명을 뒤집어쓴 것은 당연하다.
뒤늦은 감은 있으나 여권 지도부가 그릇된 정책을 바로잡겠다고 나선 것을 환영한다. 작년 가을 안상수 대표가 감세 철회를 정책과제로 제시했다가, 청와대가 눈치를 주자 금세 꼬리를 내렸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기 바란다. 이번에도 제대로 된 결과를 내놓지 못한다면 한나라당은 '웰빙당'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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