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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북한문제와 진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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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북한문제와 진정성

입력
2011.05.1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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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문제와 관련해서 최근 가장 많이 언급되는 단어 가운데 하나가 '진정성'이라고 할 수 있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진정(眞正)은 '거짓이 없이 참으로'라는 뜻인데 북한의 남한에 대한 대화제의, 그리고 6자 회담 개최를 비롯한 비핵화에 대한 의지 등에 진정함이 없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적인 시각인 것 같다.

남북이 언제 서로 믿은 적 있었나

이러한 입장에서 본다면 '진정함'이 없는 북한의 각종 제의를 수용하지 않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어떤 관계이든 진정성이 토대가 되지 않으면 관계 발전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윤리적이고 당위적인 차원이 아니라 현실적인 차원에서 진정성이 관계를 맺는 데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특히 진정성 자체가 문제되는 것은 이해 충돌이 있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익의 실현이 가장 중요한 상거래 행위에서 진정성만을 절대적 기준으로 삼는다면 거래는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 수많은 광고에서 진정성을 평가하고 물건을 선택하거나 판매자의 진정성을 기준으로 구매행위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뿐 아니라 그다지 효율적이지도 않다는 것이다.

국가간의 관계도 마찬가지인데 자국의 이익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진정성은 중요하기는 하지만 평가요소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일본의 독도에 대한 진정성을 생각하면서 한일관계를 진행할 수 없는 것이고, 미국의 진정성을 믿고 한미 FTA를 추진할 수 없는 것도 분명한 현실이라고 할 수 있다.

남북관계의 경우 진정성 문제가 더욱 어려운 것은 단순히 이익 충돌만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전쟁 이후 오랜 기간 상대체제를 적대시하면서 상대 체제의 전복을 추구하여온 남북관계의 역사를 생각한다면 진정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더욱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조금 심하게 말한다면 분단 이래 지금까지 서로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할 정도이다.

남북관계가 비교적 좋았다는 지난 정권 10년 동안에도 남한은 북의 '적화야욕'을, 북한은 남의 자본주의적 '흡수통일'을 항상 염두에 두고 서로를 대하였다고 볼 수 있다. 갈등과 적대로 점철된 분단의 역사를 생각하지 않고, 진정성을 대화나 관계 개선의 절대적 조건으로 삼는 것은 윤리적인 차원에서 정당할지 모르나 현실적인 차원에서는 설득력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진정성이 갖는 또 다른 문제는 판단의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연평도 사건에서 북한이 유감을 표시한다면 이것이 진정한지 아닌지 가를 만한 기준이 애매하다. 북한이 비핵화를 지향한다고 할 때 무엇을 가지고 진정성을 판단할지 사회적 합의도 쉽지 않다. 만일 내가, 혹은 우리가 갖고 있는 기준으로만 진정성을 판단한다면 일종의 강요와 다름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진정성이 "있다 없다"의 이분법적인 논의가 아니라 진정성이 어느 정도인가라는 생각도 가능하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진정성이 불필요하다는 것이 아니다. 상호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진정성은 확인의 대상이고 지향하여야 할 가치이지 관계 개선의 출발점은 되기 어렵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정성을 대화의 절대적 전제 조건으로 삼고 있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관계 개선까지는 아니라고 할지라도 진정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도 대화가 필요하고 접촉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관계진전 가로막는 도덕적 집착

그 동안 북한의 대화 제의에 대한 진정성이 논란이 되었지만, 반대로 대통령이 베를린까지 가서 한 김정일 위원장의 핵안보 정상회의 초청에 대해서도 진정성 논란이 있는 것 같다. 지난 60년 동안 지속하여왔던 상대에 대한 '의도 분석'이 진정성 논란의 또 다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의도를 의심하고 도덕인 차원에서 진정성에 집착하는 한 남북관계는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할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우영 북한대학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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