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잠실 LG-한화전. 1-0으로 앞선 8회 말 공격 때도 LG 선발 레다메스 리즈(28)는 점퍼를 입지 않은 채 덕아웃에 앉아 있었다. 9회에도 마운드에 오른다는 의미였다. 교체도 가능했지만 박종훈 감독으로서는 불안하기 짝이 없는 불펜 그리고 리즈의 완봉승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8회까지 정확히 100개를 던진 리즈는 9회에도 마운드에 섰다. 리즈는 첫 타자 1번 강동우에게 중전안타를 맞았다. 한상훈의 희생번트로 1사 2루. 다음 차례는 3번 장성호와 4번 최진행이었다.
장성호는 앞선 세 타석에서 안타 없이 삼진만 두 개나 당했다. 하지만 ‘9년 연속 3할 타자’ 장성호는 또 당하진 않았다. 볼카운트 1-2에서 리즈의 포크볼(시속 134㎞)이 밋밋하게 한복판으로 몰리자 장성호는 벼락같이 방망이를 돌렸다. 홈런을 직감한 듯 리즈는 마운드에 털썩 주저앉았다. 시즌 3호, 통산 202호 홈런.
장성호의 방망이 끝만 바라보던 한화 선수들은 일제히 덕아웃으로 몰려나와 손뼉을 마주쳤다. 한화가 드라마 같은 2-1 역전승을 거두고 LG전 7연패에서 탈출했다. 꼴찌 한화는 8개 팀 중 마지막으로 10승(1무21패) 고지를 밟았다.
경기 후 장성호는 “포크볼에 삼진 두 개를 당했기 때문에 9회에는 포크볼만 노리고 들어갔다”면서 “고참으로서 야구를 잘해야 후배들에게도 귀감이 된다. 오늘 한 경기밖에 안 열려서 내일 신문에 기사가 많이 나올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8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투구에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한 리즈는 데뷔 후 가장 훌륭한 투구를 했지만 실투 하나 때문에 완투패(2승4패)를 떠안아야 했다. 이날 기록은 9이닝 4피안타(1홈런) 2볼넷 9탈삼진 2실점에 투구수는 총 117개.
한편 대구 삼성-SK전, 부산 롯데-넥센전, 광주 KIA-두산전은 우천으로 순연됐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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