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과 정부의 신임 정책사령탑을 맡게 된 한나라당 이주영 정책위의장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긴장 관계로 바뀌고 있는 당정간의 정책을 어떻게 조율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소장파와 친박계의 지지를 등에 업고 신주류로 부상한 이 의장과 'MB의 복심(腹心) '으로 불리는 박 장관 후보자가 정책 조정의 카운터파트가 된 것은 향후 당정 관계가 예사롭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3선 의원으로 중도ㆍ친박 성향인 이 의장은 그간 주류는 아니었으나 당내에서 정책통으로 불려왔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율사 출신의 이 의장은 재선 의원이었을 때 한나라당 수석 정책조정위원장을 지냈다.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박 후보자는 현정부에서 줄곧 정책 분야 공직을 맡아 왔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부혁신∙규제개혁 태스크포스 팀장을 맡아 현정부 국정과제의 밑그림을 그렸다. 정부 출범 후에는 청와대 정무수석, 국정기획수석,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낸 뒤 경제정책 수장 자리까지 오르게 됐다.
하지만 이 의장은 취임 직후 추가 감세 철회, 제한적인 전월세 상한제 등의 이른바 '반(反) MB 정책'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는 이 의장과 박 후보자의 관계가 순탄치 않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의장이 김석동 금융위원장을 질책한 데 이어 임채민 총리실장 등과 만나 "당과 충분히 정책 협의를 하라"고 주문한 것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당 주도의 정책을 펴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이 의장은 "박 장관 후보자와 개인적인 인연이 있지만 당정 협의에서는 당이 우선이라는 원칙을 지킬 것"이라며 "정부가 정책 현안에 대해 당과 충분히 협의하지 않을 경우 쓴소리를 마다하지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의장과 박 후보자는 모두 마산 출신이라는 인연을 갖고 있다. 물러나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고향도 마산이어서 떠나고 들어오는 정부의 정책사령탑과 여당의 정책 책임자 모두가 같은 지역 출신인 셈이다. 51년생인 이 의장이 55년생인 박 후보자보다 4년 선배이다.
마산 지역 관계자는 "이 의장이 마산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다 서울로 전학을 갔고, 박 후보자는 마산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마쳐 두 사람의 어릴 적 인연은 깊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17대 국회에서 이 의장은 당 수석 정책조정위원장을, 박 장관 후보자는 강재섭 대표 비서실장을 맡아 호흡을 맞춘 경험을 갖고 있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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