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10일 한나라당의 쇄신 논의에 대해 "자기 잘못을 반성하고 앞으로 잘해야지, 잘하지도 못한 사람이 떠나면서 비수를 꽂고 가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꼬집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가진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권력이란 게 참 무상하다. 혜택을 다 입은 사람들이 떠난다. 그래서 내가 '권력은 측근이 원수고 재벌은 핏줄이 원수'라는 말을 자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인물을 거명하지 않았지만 지난 8일 퇴임 기자회견에서 청와대를 비판한 한나라당 안상수 전 대표를 빗댄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또는 당의 쇄신을 주도하면서 청와대를 비판하는 일부 친이계 소장파들을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도 있다.
그는 향후 계획에 대해선 "정책위의장을 포함해 2년간 치열하게 일한 만큼 조금 쉬고 6월 국회부터 평의원으로서 의정 활동에 전념할 것"이라며 "민주당의 집권을 위해 초지일관 벽돌 한 장을 놓고 수위라도 하겠다는 심정으로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그가 차기 당권에 도전할 뜻을 시사한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원내대표로서 임기를 마치는 소회에 대해선 "무엇보다 민주당의 정체성과 원칙을 지켰다"며 "야당의 치열함을 보여줘 민주당의 존재감을 확인시켰다"고 자평했다. 그는 "최근 민주당 지지율이 한나라당을 앞서는 쾌거를 이룩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의 정체성과 원칙을 지킨 사례로는 집시법 개정과 북한인권법 제정을 저지한 것을 꼽았다. 그는 "집시법을 지켜 1,500여명의 촛불 민주시민들을 전과자로 만들지 않았고, 인신공격과 험한 비판에도 북한인권법을 저지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소수 야당으로서 국회 표결로 세종시를 지킨 것도 뿌듯하다"고 말했다. 반면 "예산을 3년째 날치기 당했고 한ㆍ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소신대로 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손학규 대표의 '혁신과 통합론'과 관련해선 "민주당이 혁신과 통합을 주저한다면 국민들이 용납할 수 없을 것"이라며 "지도부가 구체적 방안을 밝히겠지만 개인적으로 전폭적으로 찬성한다"고 밝혔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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