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정부가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대에 탱크를 앞세운 유혈 진압을 자행하고 있는데도 미국이 시리아 사태에 개입하길 꺼리는 건 '카다피 학습 효과'때문이란 분석이 나왔다. 연합군의 공습에도 내전이 진정되긴커녕 장기화한 리비아의 예가 되풀이될 수도 있어 미국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 미국이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 이유기도 하다.
미 행정부 고위관계자는 최근 "리비아와 달리 시리아에서는 아사드 대통령이 약속한 정치 개혁에 착수할 시간이 있다"고 밝혔다고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가 10일 보도했다. 이는 시리아가 민주화 시위대를 향해 총격을 가하는 등 무력 강경 진압 정책을 구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당분간 개입할 의사가 없음을 공언한 것이라고 CSM은 설명했다.
이처럼 미국이 소극적 입장인 것은 아사드 대통령의 실각에 따른 후폭풍을 염려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는 게 CSM의 분석이다.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를 쫓아내는 데 성공하지 못한 미국으로서는 또 다른 전선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또 국제 사회가 반(反) 아사드 전선으로 힘을 합칠 수 있을 지 의문이라는 것도 미국이 우려하는 대목이다.
반면 유럽연합(EU)의 시리아 제재 발걸음은 빨라지고 있다. EU는 10일자 관보에 시리아 제재와 관련한 이사회 결정을 공표함으로써 제재에 돌입했다. EU 회원국 입국ㆍ경유 금지 및 역내 보유한 자산동결 조치를 받을 13명 가운데는 시위대 유혈 진압에 직접적 책임이 있는 아사드 대통령의 동생인 마헤르 알 아사드도 포함됐다. 그러나 대상자 명단에서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은 일단 배제됐다. EU는 13명의 개인에 대한 제재 이외에 시리아 정권이 시위대 유혈 진압에 사용할 우려가 있는 총기류, 탄약류 등의 대 시리아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이와 관련한 기술자문 제공 등도 불법으로 규정했다.
한편 시리아 인권단체인 '시리아 인권을 위한 국민기구'는 3,4월 두 달 간의 반정부 시위과정에서 희생된 민간인 수가 757명, 구금자가 9,000명, 체포된 사람이 수만 명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